내가 언제나 하고 싶었던 말은

네가 내 소울메이트라는 거야.

소울메이트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지, 내가 그걸 믿는지 같은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더라. 한없이 멀고 한없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너와 나의 거리는 그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어. 아니 그 말로 표현하고 싶었어. 그래서 너는 인생에 한 명밖에 없는 내 소울메이트이고 내가 그 존재 여부를 믿는지와 상관없이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었고 그 바람이 너를 내게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주었지. 우리에게는 많은 핸디캡이 있었고 그것마저 운명적으로 보였어. 나는 너를 욕심낼 필요가 없었지. 너는 내 소울메이트니까. 가끔 나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 내가 미웠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미안해하지는 않을래. 나는 언제나 네가 손 내밀면 잡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 너는 이제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내 도움이나 내 마음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 너에게 내어줄 한 조각만은 늘 간직하고 있으니까.

 

안녕. 

소울메이트의 존재를 믿게 해준 나의 소울메이트

 

 

Posted by orangepudding
,

 

 

키보드를 두드리는 타닥타닥 소리. 왜냐하면 주어진 소재에 맞춰 글을 쓰리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매미 소리. 아직 한여름이기 때문에.

세탁기가 일을 끝냈음을 알리는 알람 소리. 40분 동안 일을 한다고 알려왔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내 숨소리. 살아있기 때문에.

 

 

 

Posted by orangepudding
,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녀석은 내가 안전장치를 풀 때까지도 설마 내가 방아쇠를 당길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고. 라고 도발했던 것 같다. 총은 아무나 쏘는 줄 알아? 쏴본 적이 있는 놈들도 실전에선 벌벌 떨게 마련이지. 대체 이 놈은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입씨름을 할 가치조차 없는 녀석이었다. 자, 과녁은 여기야. 제대로 조준하라고. 그러면서 자기 심장을 활짝 내밀어보였다. 성범죄자 주제에 드라마퀸이었다. 어디서 본 건 많아 가지고. 그러면 내가 두 손으로 감싸쥔 베레타92fs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녀석이 총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동안 집중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연습했던 조준을 마쳤다. 타겟은 녀석의 이마. 조금이라도 여지를 둘 생각은 없었다. 이런 게 세상에 나와 활보한단 자체가 공해였다. 내 흔들림없는 준비동작이 주의력 산만한 녀석의 신경에 가 닿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게 틀림없다. 배실배실 역겨운 웃음을 뱉어내던 놈의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찬 것은 내가 방아쇠를 당긴 뒤였으니까. 자비였다. 시간을 끌면서 녀석이 오줌이라도 지리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 역시 환경오염이었다.

총알은 정확히 녀석의 미간에 꽂혔다. 고통도 없었으리라. 쓰레기수거반이 다녀갈 것이다. 스스로도 놀랄만큼 내 평정심에는 이상이 없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수행한 사람 같았다. 내 바이오소스가 모두 본부에 전달될 터였다. 스나이퍼에 지원하고 싶진 않았다. 사람을 골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내 훈련의 결과가 그 방향을 가리킨다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난 다음의 신체반응이 그렇게 해석된다면? 물론 놈을 사람으로 의식한 건 아니지만 - 쓰레기에 대고 총질을 한 것뿐이다 - 말이다. 나는 현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찾아들었다. 

 

 

 

 

Posted by orangepud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