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hemian rhapsody

heart &soul 2018. 11. 6. 00:31


영화 <bohemian rhapsody>를 MX관에서 보았다



마지막 장면이 되는 live aid 공연, 너무나도 유명한 웸블리의 라이브에서 감정이 고조될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정작 울기 시작한 것은 꽤 섬세하게 컷된 bohemian rhapsody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부터였다


씬이 끝날때 눈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벅차오르거나 흥분되거나 뭐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에픽, 음악으로부터 세례받은 이들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은밀한 역사를 본 감동 같은 것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플롯은 평이하고 영화는 단조롭게 느껴질 정도로 특출하지 않지만 애초에 queen의, freddie mercury의 전기영화에서 기대함직한 것은 거의 모두 보고 나온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아니한가. 음악의, 클래식의 힘을 느낀다. 실제인물들을 꼭 빼닮은 (오히려 프레디가 제일 덜 닮았고 브라이언, 존, 로저 진짜 전부 ㅎㄷㄷ) 배우들을 보는 재미와 함께 그거면 충분하지 싶다




퀸을 떠올려본다



나는 퀸을 한번도 특별히 좋아한 적 없다. 하지만 그래서 앨범 몇 장, 눈물 흘렸던 노래가 몇 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펼쳐놓고 새던 밤, 2014년의 기대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던 내한공연....좋아하는 밴드를 나열할 때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언제나 어디에서나 빼놓고 내 음악 헤던 날들을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라면. 이렇게 서술하는 것조차 황송하다. 취향 너머에 존재하는 게 클래식이고 전설이라는 거겠지



라디오를 들으며 퀸을 들었겠고 첫 곡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분명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베스트 텐 뭐 이런 컨텐츠로부터 들었을 게 거의 분명하기 때문에 보헤미안 랩소디나 love of my life였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라디오로부터의 정식 청취 전에 we are the champion이나 we will rock you를 길거리에서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다



무엇보다도 퀸이 내 머리에 지워지지 않게 각인된 일이 있다. 1991년 프레디의 사망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일이다. 신문에 나오는 말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던 시절이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당시 나는 매일 신문을 읽었더랬다. 그리고 늦은 가을 어느 날 기사를 읽었고, 사실만을 전달했을 그 기사가 무척이나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냥 토막 기사는 아니고 글자수를 꽤 할애한 칼럼형식 기사였다는 기억이다. 지금 그 기사의 논조나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무슨 신문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기사를 읽고 나는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다. 그런 감상을 품게 한 것으로 보아 기사를 쓴 기자가 프레디의 떠남을 애통해했고, 아까워하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짐작해 볼 뿐이다


사망 원인이 에이즈라는 사실이 언급됐고 당시 에이즈는 어떻게 해도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음에도 난 그저 이름과 노래 몇 곡 정도만 알고 있던, 부모님보다 나이 많은 내 세대 건너의 록스타의 죽음 때문에 며칠을 앓았다. 사실 퀸은 그때도 현역이었는데, 사십대 중반의 사망이 요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던 나이였던지라 오래된 밴드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제 영화를 보고 나니 45세가 떠나가기엔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뼈저리게 느껴져 가슴이 너무 무겁다



내 첫 퀸 앨범은 <classic queen>이라는 컴필레이션이다. 이게 미국에서만 발매됐단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는데, 과연 미국에서 사온 거였다. 퀸은 히트곡이 너무 많아 이런 식의 언급은 의미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들은 좀 덜 실려 있는 앨범이라, 내가 처음 제대로 들은 앨범으로부터 퀸의 인상은 a kind of magic, radio gaga, under pressure, stone cold crazy 등으로 각인됐다. i'm going slightly mad, who wants to live forever, 그리고 the show must go on...퀸의 후기곡들을 먼저 들어서 나중에 들은 좀 더 밝은 곡들이 실제보다 더 밝게 느껴졌었다



그 후  정규 앨범을 몇 장 더 사고 특별히 컬렉션을 만들진 않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퀸의 음악은 들을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막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설레고 벅차게 만들고 곱씹고 가슴 아프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 기억들이 새삼스레 폭발했다. i want to break free와 bicycle race를 흥얼거리던 스물 두셋 때가 떠오르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끄적거리던 고3 때가 떠오르고,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구르던 서른 몇 살 때가 떠오른다




아마 보헤미안 랩소디의 레코딩 장면 때문에 다시 영화를 볼 것 같다. <made in heaven>을 비롯해 후기 앨범도 몇 장 사고 싶다. 프레디가 조금만 평범하게 그래서 좀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나는 이십 몇년 전 그 신문기사를 읽을 일이 없었을 테고 모든 것이 달라졌겠지. 그의 인생이 불꽃 같았기에 지금 우리의 가슴은 여전히 저리고, 그 짧은 순간들이 보석 같은 것이겠지


그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이 떠난 시간을 윤색하려 애쓴다. 그 가없는 애씀이 지나가고 나면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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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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