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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nd get it 2020. 12. 6. 16:52

 

 

일단 그는 그의 방 소파에 앉아 숨을 골라 보려고 했어

 

 

그건 이런 거였어. 밥을 한두 술 뜨고 방 안을 서성이던 그의 가슴이, 심장 부근이 갑자기 턱 소리를 내며 어깨쯤에서 복부쯤으로 떨어지는 느낌. 그 느낌은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지. 후속 증상은 없었어. 있다고 해도 그가 알 수 있었을까. 그 순간 그의 등 밑에서부터 피가 식고, 호흡이 가빠지고, 실제로 가슴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거든. 손끝 발끝이 차가워지고, 그는 며칠간 수없이 되뇌었던 "괜찮다"를 딱 두 번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 온몸이 덜덜 떨리며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어. 더이상 그게 무슨 병의 전조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아직 가족들이 여유롭게 식사중인 위층으로 올라가며 그는 끝내 이런 순간이 오고야 마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동안 그는 간헐적인 발작을 몇 년에 걸쳐 겪었었어. 운전을 하다가 호흡이 이상해지고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 든 최초의 순간을 그는 기억하고 있어. 그건 십 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고, 설명이 가능한 트라우마라고 판단할 만한 일이었지. 그래서 그는 일 년에 몇 차례씩 운전할 때 그런 순간이 와도, 언제나 그랬듯이,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외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 자기 힘으로 안되겠다는 판단이 드는 아찔한 한 순간을 맞이하면, 차를 세우는 방법을 택하거나, 그 판단을 부정하며 더 빨리 가속페달을 밟기도 했어.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죽음은 아마 그 상태에서 정신을 놓는 일이었을 거야. 혼자 죽는 건 괜찮지만, 고속도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는 많은 사람에게 결코 보상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며 죽게 될 테니까. 그것은 지금도 그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공포 중의 하나야

 

 

그렇게 몇 년을 버티던 그는, 저혈당 증세나 피로, 저혈압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라고, 무엇보다 언제나 언제나 제대로 집에 돌아올 수 있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달래던 그는,

3년 전 몹시 좋아하는 프랜차이즈의 영화를 다섯 번째로 관람하고 늦은 밤 감상에 빠져 귀가하다가 운전이 불가능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돼. 그는 그때 처음으로, 몇 년간 가끔 겪어오던 그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가게 되지. 그 일 이후 1년 가까이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고, 많은 이들의 권유에도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해. 다시 1년 전, 두 번째로 119를 불러 또다시 구급차를 탔을 때도, 그는 다만 운전하는 상황을 많이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 병원에 가지는 않아

 

 

 

그는 정신건강을 살피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그는 그냥, 자기 얘기를 자기보다 자기를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하는 일에 꽤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어. 나약함을 보여주고,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 싫었어.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는, 자기보다 머리가 나쁠지도 모르는 직업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 확신은 너무나 견고해 그가 몇 번 발작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친구의 설득이 먹히지 않았지





게다가, 그는 구급차에 실려가는 동안 멀쩡해지곤 했잖아. 베드에 드러누워 때로는 호흡을 돕는 기구를 끼고, 심전도와 혈압을 체크받으면서 조금 전 숨이 막히고 심장이 멈추고 손발이 마비되는 느낌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알았어. 응급실에 누워 여러 검사를 받고, 따로 외래로 심장정밀검사도 받고, 그가 스스로 내리는 결론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이었어. 그는 스스로 폰을 열고 119를 누르게 한 증상들은 모른체하고 그 덕에 받게 된 검사들로부터 건강을 확인하는 쪽을 택해왔던 거야





 

그는 그것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야. 다시 몇 년 전으로 돌아가도 그가 스스로 병원에 발길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거든. 모든 일이 그랬지. 그가 무척 후회하는 일들을 돌이켜도, 그 순간의 그는 언제나 언제나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사실 말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같지 않았어

늘 혼자 있을 때, 혼자 차 안에서 운전을 하고 있을 때 일어났던 그동안의 발작과는 달리, 그는 집 안에서 모든 환경이 안정된 상태에서 숨이 넘어가 버린 거야. 그 모습을 가족에게 보인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지. 그게 문제의 핵심이기도 했고, 그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찮지 않았고, 끝내 가족들에게 몸을 허무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말았지. 그는 공포에 휩싸였고, 점점 더 심장이 조여들어왔어. 직접 운전하겠다는 가족들을 만류하고 그는 또다시 자신의 전화로 119를 부르지. 이제 숨이 쉬어지지 않는데, 전화를 받은 구조대원은 스스로를 구하고자 하는 그의 몸짓을 위급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았어. 그럴 만도 하겠지. 정말 정말 위급한 환자는 결코 전화를 걸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가족이 챙겨다준 옷을 대충 갈아입은 그는 구급차가 오기까지 눈을 까뒤집고 쓰러져 버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너무 고되다 느끼지







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하고 그는 다시 한 번 구급차의 베드에 누워 동행한 가족을 바라보지. 이제 괜찮아질 거라는 프로토콜을 알고 있고, 그 점이 미안해지지. 신축한 대형 종합병원의 응급실은 크고 깨끗하고 텅 비어 있는 듯 보였지. 전염병의 시대라 여러 확인 끝에 그는 응급실의 한 자리에 배치되고 그가 알고 있는 문진과,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검사를 받게 되지. 심장의 고통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고, 그는 부쩍 늙어버린 듯 보이는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지. 그의 유난스러움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많이 보아왔기에 대처방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족을. 자괴감이 이는 것으로 보아 그는 정신이 들고 있었어. 수액을 맞는 한 시간 여의 시간 동안 그는 평소라면 할 수 없는 말들을 했던 것 같아. 오픈한지 일주일 되었다는 병원 풍경이 그에게 안정감을 더해주고, 그는 일반적인 장기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소견과 함께, 정신을 관장하는 쪽의 문제일 수 있으니 한번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지





그는 스르르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몇 번이나 소독제를 손에 묻히며 가족과 함께 병원을 떠나 택시에 오르지

그는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보였어

언제나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검사와 전문가의 진단과 이상없음의 확인, 그거였거든

지금껏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그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을 청하곤 했지. 혼자서

그 모든 걸 획득했고,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귀가하는 길에 그에게 거리낄 것은 없어

아니 없어야 했지





벌써 따뜻해진 이른 봄의 밤공기를 맞으며 그는 집에 도착하지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고 이를 닦고 잠을 청하고자 하지

필요한 모든 걸 부여받았으니, 

가족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해프닝에 대한 미안함만을 남긴 채

이 이벤트는 끝나야 하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야









그렇게 끝났더라면 그의 이 긴 기록은 시작되지 않았겠지

 





그는 그 날 그 순간, 병원의 클리어를 받고 돌아온 그 날 밤의 공포를 잊지 못해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잘 준비를 마치고,

그는 다시금 발작의 순간을 맞이하고 말아

그는 다시 거세게 뛰는 심장에 통증을 느끼고, 숨이 가빠오고, 팔다리가 차갑게 식기 시작해

그는 천천히 몸을 뉘어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활기를 찾은 가족들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끼지

하지만 그것이 병원에 다녀온 직후에 이것이 다시 시작됐다는 공포보다 크지는 못했어





처음 겪는 일은 언제나 괴롭고 어렵지

어째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는 걸까라는 무용한 의문은 없었어

이젠, 안되는구나, 이제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대학병원에 다녀오는 것으로 이 파도를 막을 수 없다는 공포가 그의 몸을 휘감아버리고 그는 속절없이 그 차가운 심연 속에 매몰되어 버리지







그는 자신의 침대에 아주 조심조심 몸을 뉘여

조금이라도 다급한 몸짓을 취했다가는 그 작은 충격만으로도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았거든

그는 밤새 자신의 몸을 돌아봐

언제 이 몸이 갑자기 기능을 다해버릴지 들여다보는 거야

바로 1초 후에, 또는 1분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나버릴지 몰라 관찰하고 또 관찰해

그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껴. 그 고통 때문에 바로 앞에 자리한 시간에 죽어버리게 될지 몰라 몸부림치는 건지, 아니면 곧 죽을지 몰라 가슴이 타들어가는 건지 그는 구별할 수 없지





밤새, 밤새 그는 잠들 수 없는 몸을 쓰다듬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껴본 적 없는 나무토막 같은 몸을





그리고 아침이 밝아 세상이 움직이는 시간이 시작되는 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러 떠나야겠다고 결심하지

그 결심만큼 굳은 결심은, 그 긴 나날 동안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 밤만큼 길고 길고 또 길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밤을 그가 가져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밤새 눈을 뜬 채로, 간혹 어둠의 공동 속에 눈을 감은 채로 그는 흐르지 않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나서도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더 지칠 수 없는 그의 몸을 지치게 만들고,

이윽고 전문가가 머무는 그곳이 일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밤새 검색한 그곳들 중 하나에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하지. 택시를 부를 수도 있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몸과 손을 의탁했을 그 낯선 차에 올라타는 일은 당시의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일이었어. 그는 형편없는 몰골로 가족의 차에 올라타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나중의 일일 뿐이야

 

 

멀지 않은 그곳이 있는 건물에 내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혐오하지. 마침 텅 빈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재빨리 올라타 그가 내린 플로어는, 두 동으로 되어 있는 건물의 한 쪽이었고, 그가 방문할 곳이 다른 쪽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1분 정도가 소요돼.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다른 동으로 가는 똑같이 생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주 많았어. 엘리베이터를 꽉 채울 만한 인파였다고 그는 기억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는 코너로 들어가 벽쪽으로 몸을 돌리지. 모자를 쓰고 안경을 끼고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다른 이의 숨결 한 조각도 그의 몸에 닿지 않기를, 그 이치에 닿지 않는 바람을 품고.

 

만약 그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도를 보이게 돼도, 

그 과정이 역병에 걸릴 가능성을 점점 늘려가는 길이라면, 그가 역병에 걸려버린다면,

그는 나중에 이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라고 그는 엘리베이터 구석에 처박힌 채 생각했지

 

 

 

그리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난 3년 동안 지인들의 권유에 끊임없이 생각 중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단 한번도 방문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 곳을,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선택지, 자신의 생명과 연결된 지푸라기를 꼭 부여잡는 마음으로,

다소 허겁지겁으로 보일 만큼 다급하게 

그곳의 문을 활짝 열고 걸어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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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nd get it 2020. 12. 2. 16:50

 

 

 

그에게 그 모든 일이 시작된지 8개월이 넘게 지난 것 같다

 

중간중간 운전을 못한 날이 있었고, 홀로 앉아 있다 문득 심장이 내려앉기도 했고, 한없이 심연으로 가라앉아버린 어떤 날들에는 식은땀으로 이불을 적시며 깨어나 다음날 먹을 약을 집어삼키고 침대에 다시 누워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약 없는 날을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때로 밝은 열망을 느낀다

그게 힘이 되는지, 힘이 필요한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아직 생각할 용기가 부족하다

그는 음식과 알콜에 대한 대부분의 욕망을 잃었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한잔 마시고 싶다고 느낀다

 

 

 

어느 날 밤,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먹어야 하는 약 일곱 알을 습관처럼 입속에 차례차례 밀어넣어 삼키다가,

(일곱 알을 먹는 데 다섯 번의 삼킴이 필요하다)

맨 마지막 알이 물이 넘어가기 전에 먼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가고,

그는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물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탁자에 흘려버린다

내뱉은 게 아니라 입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근육이 찰나의 순간 작업을 포기하자 입이 열려 모두 나와버린 것이다

약을 삼키는 공포가 돌아올까봐 두려움에 놀란 그 짧은 한때 그는 세상에 혼자 머무는 것 같다 느낀다

입에서 주르르 흘러버린 물을 한동안 바라보며 그것을 닦아야지, 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는 그는 언제까지 이런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거라 새삼스레 깨닫는다

다행히 그는 몇 분 뒤 몸을 움직여 탁자를 깨끗이 닦고, 물을 조심스레 한두번 더 삼키고,

침대와 주방 사이 벽에 몸을 기대 무슨 일이 벌어질지 4분이나 8분 동안 지켜본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누구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고

그 사실이 그에게 위안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는 슬픔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을 결코 연민할 수 없는 그는,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 말라버린 눈물샘에 대해 생각한다

원래 눈물이 헤픈 그는, 요 몇년간 눈물이 배로 헤퍼진 것을 노화의 증거로 여겨 짜증을 좀 내다가,

이제는 종일 약기운에 지배받아 키작아진 감정의 높낮이에 대해 생각한다

예민하게 느끼고 섬세하게 들여다봐

그것을 타닥타닥 타이프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시작하려면 다섯 배쯤 늘어난 워밍업이 필요하다

그 워밍업도 그의 가슴을 쉽게 움직여주진 않는다

그것을 기록하는 그의 손도 그에게 추가된 결핍을 슬퍼하고 싶지만,

그 바람만이 머리로 기억될뿐 구체적인 감정의 디테일은 그에게 닿지 않는다

 

 

그는 지난 봄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는 이미 모든 일이 벌어져버린 이 지점에서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 바람은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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