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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nd get it 2020. 9. 1. 16:10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나서 비벼 끌 때, 짓이겨진 끄트머리의 마지막 불씨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다시 돌아보고, 바람에 날렸을지 모르는 조그만 빨간 빛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확신을 가져야 발자국을 떼는 그런 종류의 사람

 

 

그에게 불확실성이 주위를 두르고 있는, 범인류적 상황이기까지 한 이런 일은 끊임없이 그의 뇌세포를 괴롭히고 파괴한다. 그 상태가 썩 싫긴 하지만, 마땅히 치루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품는 사람이다 그는

 

 

그는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한다. 하루에 예닐곱 번이나 열세번쯤 체온을 잰다. 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유령처럼 집안을 떠돈다. 가족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넓은 그의 방안 구석에 처박힌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재난문자, 확진자 소식에 그가 머문 도시와 그 주위를 둘러싼 지역의 시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린다. 그가 F5를 누르는 간격은 너무 짧고 업데이트가 느림을 확인하면 이전에 한번도 생각해본 적 조차 없는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를 떠돈다. 비회원인 그가 확인할 수 있는 뉴스는 제한적이지만 때때로 나오는 정보에, 오랜 유적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잠시 아드레날린이 활성화된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가 제한된 시절,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나서는 그 길에 조금이라도 스치는 모든 사람을 확진자와 같이 느낀다. 그 짧은 외출에서 돌아오면 그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햇볕에 널거나, 바로 빨래통으로 보내버린다

 

 

 

그의 후두 근처는 계속 간질거리고 열은 나지 않는다. 그는 이윽고 약국에서 약을 지어와 삼킨다. 차도는 별로 없다. 뜨거운 물을 들이켜며 이 불편한 느낌이 언제 통증이 될지 몰라 눈을 뜨는 아침이 두렵다

 

 

드디어 가족의 걱정이 시작된 것 같다.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하고 뼈를 드러내가는 몸을 큼직한 가디건으로 감춘 그를 달래본다. 그는 그것이 스스로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원레도 몹시 마른 편인 그의 몸은 무게를 훅훅 내어놓는다. 그럴 때면 쓰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간신히 두세 숟갈의 음식을 그의 목구멍으로 넘겨준다

 

 

 

그는 죽는 게 두려운지 스스로에게 묻기를 포기하고, 지금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받아들인다. 손을 너무 자주 씻느라 그는 습진을 얻는다. 어린 시절부터 쉽게 습진에 걸리고 종종 피까지 보곤 했던 그는 손가락이 몹시 아프지만 이 살얼음판을 걷는 순간순간이 연결되어 초와 분과 시간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보다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공평하게 흘렀을 시간, 드디어 그는 닷새쯤을 보내고 바이러스가 제 몸에 깃들지 않았다는 결론이 합리적이지 않을 이유를 조금씩 지워갈 수 있었다. 목은 여전히 간질거리지만 그 이상 무엇으로도 발전하지 않고, 몸무게가 매일매일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 빼면 그의 신체에 이상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는

그래도 그는

 

 

 

평정을 찾지 못한다. 이번엔 또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가 게임 플래그를 하나하나 뽑듯이, 혹은 심듯이 새로운 불안을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이 제정신으로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아마도 병원에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발걸음 이전에 몸을 적극적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을 얻으려면 조금이라도 가슴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가 밥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화를 시킬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다. 내키지 않는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장에 콱 박혀 버릴 것이 공포감을 자아낸다. 명치 끝의 고통은 심장질환의 증상이기도 하다. 이미 그의 심장은 멀쩡하다고 몇 번이나 확인을 받았지만, 그 병은 갑자기 올 수도 있다. 참으로 비이성이기 그지없는 사고의 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걸 그는 안다. 설령 뱃속의 갑작스런 고통으로 그에게 심장병이 찾아와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식사는 어쨌든 관련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민한 머리의 소유자인 그는 억지로 떠넘긴 식사를 물리면 끊임없이 움직여 목밖으로 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면 뱃속이 막히는 일은 대체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체하고 싶지 않아서 그는 극도로 소량의 식사만을 하고 가족들과 분리되어 있는 집안을 오간다. 조금이라도 답답하면 그는 공포 속에서 소화제를 넘긴다. 이쯤 되면 그는 일종의 절망에 빠진다. 그보다는 희망 없음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언제까지나 이 긴장감과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긴장이 극에 달할 때 결코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 매일 두세 번이 예정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식사가 그의 새로운 전투 상대가 되어버렸다. 멍청한 일이라고, 미련한 짓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막을 수 없다. 정상적이지 않다고, 그는 생각하지만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존재한다. 그는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늘 평상심을 되찾는데 성공했었다. 이번에도 그래야 할 것이다. 그것 외의 결론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는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 떠돈다. 그는 고통스럽지만 그가 스스로에게 얹은 스트레스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염병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낸 어느날, 그는 호흡곤란을 느낀다. 이른 저녁이었고, 적은 식사를 끝낸 다음 방을 서성이던 순간이다

 

 

 

언제나 그러했듯, 그것은 스르륵 찾아온다. 전조증상은 없다. 자연스럽게, 홀연히, 당연하다는 듯이 닥쳐온다

 

 

발작은 원래 그렇다

 

 

그는 숨을 쉬지 못하고 심장의 고통을 느낀다. 그게 실재하는 통증인지 아닌지는, 여러번 말했듯,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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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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