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leaning lady

go and get it 2023. 7. 26. 20:02

 

 

"선생님."

처음 그녀는 그것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기, 선생님."

하지만 주위에는 그녀와 그 목소리의 주인공 밖에 없었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네?"

그녀는 놀란 토끼눈을 뜨고 상대방에게 반응했다. 그 표정은 그녀의 원래 나이를 잠시나마 드러내주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게 옷을 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을 하는 그녀였다.

"혹시 이 건물에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상대방 여자는 여전히 극존칭을 쓰며 파란색 유니폼에 청소도구를 손에 든 채 피로한 발걸음을 질질 끌고 있던 그녀를 멈춰세웠다.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화장실의 위치라면 건물의 어느 방향에서도 정확히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지만, 그녀를 향한 드문 존칭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는 그녀 자신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서? 대부분 "아줌마"라 호칭되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녀는 왜 말끔하고 세련된 투피스를 입고 고급스러운 진주목걸이를 두른 여자가 자신을 기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일단 서두를 꺼냈으나 목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네?"

이번엔 여자가 의문을 품을 차례였다.

"왜, 절 선생님이라고 부르시죠? 저는 선생님이 아닌데요."

순수한 궁금증이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는지 목소리가 껄끄럽게 튀어나갔다.

"그럼 뭐라고 부르죠?"

여자는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반문했다. 말문이 막힌 그녀는 쓰레받기를 힘주어 다시 잡았다. 

"그냥..."

그녀는 여전히 자신하지 못했다.

"네?"

"그냥 남들처럼 하세요. 선생이니 뭐니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선생님이 대단한 호칭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결례를 범했나 보네요. 사과드립니다."

여자는 막힘없이 대꾸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는 더욱더 무엇에 대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었다. 여자가 자신을 능멸하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그녀와 비슷한 나이일 여자가 자신의 계급을 그녀 앞에서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만!"

"..."

"그만 좀 하라고!"

그녀의 사나운 외침에 여자는 드디어 분위기를 파악한듯 걸음을 서둘러 출입구로 향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자는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출입구 앞에서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보고 허리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했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인도 위에 발을 내디디곤 드디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건물 복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아줌마, 여기 그렇게 앉아 있으면 어떡해요? 휴게실 다 만들어줬잖아요.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왜 이용을 안 하느냐고, 내 말은."

그녀는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지지대 삼아 몸에 힘을 주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그녀의 발치 앞에서 끊어지는 모습을 그녀는 바라보았다.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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