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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고 나면 보통 공연 사진부터 찾는데,

어제부터 계속 노래만 듣고 있다

 

 

그 전날 lately 들으면서 잠 못 이루다가,

실제로 공연장에서 들으면 정말 울어 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가 몹시 왔다

스콜인가 했는데, 태풍의 영향이었는지

세찬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해가 긴 여름날에 비는 공연을 보려 하면 꽤 운치를 더하기도 하지만, 교통도 그렇고 운신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산 들고, 웅덩이 피해가면서 습도와 싸우고...

 

집에서 올림픽 공원까지 가는 길도 평소보다 10분 정도 더 걸렸다. 5시 37분에 나왔는데, 큰 길 들어서기 전에 표를 집에 두고 왔다는 게 생각났다-_-

사실 꽤 바로 생각난 편이어서, 아찔한 줄은 잘 몰랐는데 되돌아가면서 고속도로에만 접어들었어도 정말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에 그저 웃어지지가 않았다. 어쨌든 다시 집에 가서 표 챙겨서 나오니 이미 50분에 접어 들고 있었다. 기름이 없어서 주유소에서 기름까지 넣어가지고 출발하니, 비도 오고 조금 마음이 급해진 적도 있지만 뭐 결론은,

7시 5분 정도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은 8시이니, 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셈이다

 

가져간 빵과 물을 주워 먹고 프린트해간 가사집을 들여다 보다가 사람들이 삼삼오오 공연장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니 빨리 들어가고 싶어졌다

 

비가 온게 특별하다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쉽게 어두워졌고, 우산이 손을 하나 차지하고 있느라 사진 찍기도 좀 불편했고.

 

 

이번 스티비 원더 공연은 내한 공연 예매질의 한 역사를 쓴 공연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정말 당일에 매진되는 모습은 본 적도 없거니와, 그 이후에도 이렇게 표가 안 풀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우리 나라 공연까지를 다 합해도 이렇게 표가 희귀해지고 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공연이 있었을까 싶다

 

선즈 덕에 정신이 홀랑 나가 있던 시기의 예매라, 진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 간신히 다시 표를 구했었다. 그 얘긴 다시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해야 되겠지. 본 예매 때 비교적 괜찮은 자리를 무사히 예매해 놓고 다음날까지인 입금을 (LB 트레이드 때문에 충격받아서)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도 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표를 구해 볼까 들어가서야, 이게 얼마나 엄청난 전쟁인지를 깨달았다. 그 동안의 내한 공연은 아무리 어떻게 해도 표를 못 살 수는 없었다. 자리가 나빠진다 뿐이지, 표는 언제나 구할 수 있었다...

 

그 예외를 예매창 앞에서 확인하며 정말 내가 저지른 짓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버 죽일놈) 6시간 넘게 예매창 앞에 붙어서 클릭질을 했다. 간간히 풀리는 표는 결국 못 잡았지만, 새벽 2시에 취소표가 한꺼번에 풀려서 그 때 다행히 표를 다시 구할 수 있었다. 새벽 2시까지, 대체 언제 풀릴까를 기다리던, 그 끝없는 기약없는 순간의 두려움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를 간절하게 원하면서 몇만번의 클릭질을 하고 있는지도....한번도 공연표에 아쉬워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번에 처절하게 깨달았다

 

금싸라기 같은 표 싸 안고,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최초 정상 예매때 구했던 자리만큼이나 괜찮은 자리였다. 다행이라면 다행. 그보다 못했다면 아마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겠지...자리에 앉고 보니 어느덧 7시 40분이 다 되어 있다

 

공연 시작은 실질적으로 8시 25분이 좀 넘어서 했는데, 조급하다거나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거나....하지 않았다. 보통은 꽤 지루해 하는데 말이다. 그저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고 있자 하니 시간이 잘도 간다. 게다가 완전 매진에 나중에 자리까지 추가할 수 밖에 없었던 이 관객들을 휘둘러 보니, 이전에도 이런 인파를 본 적이 있는가 싶었다. 완전한 사각지대, 무대가 거의 보일리 없는 무대와 180도를 이루는 지점까지 꽉꽉 들어찬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 물론 20,30대가 많았지만, 어르신들도 꽤 많이 보였다. 앞뒤 옆을 휘둘러 봐도 stevie 님을 동년배로 겪은 분들이 꼭꼭 보였다. 공연 시작 전부터 사뭇 분위기가 다름을 알았다. 물론 내가 가본 공연의 95%가 rock 밴드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20분이 넘는 지연 끝에, 이윽고 조명이 꺼졌다. 대개 조명 꺼지고 뜸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stevie는 조명이 꺼지고 함성이 터지고 거의 바로 모습을 드러내셨다

 

 

이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키보드를 기타처럼 둘러맨 그가 얼굴에 아이같은 함박웃음을 담고 등장했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노래를 들으면 울 것 같다고? 그냥 그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미소. 이 거장의 존재감은 그랬다

 

그리고 조금씩 리듬에 맞춰 걸으면서, 현란한 연주를 들려주면서, 잔 걸음으로 무대 중앙에 도착하는 그를 보면서,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을 보고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건 마치, 뭐랄까, 당신이 나와 주셨는데 우리가 감히 앉아 있다니요,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공연 분위기 또한 내내 그러했다. 1만 명이 들어왔다는데, 아마 수용인원 최대치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과연 머릿수의 힘이란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것인지, 귀가 울릴 정도의, 그야말로 시끄러운 함성들이었다. 우리 나라 관객들은 대개 호응이 아주 좋아서 공연장은 늘 함성이 크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머릿수에 댈 게 아니란 것을, 이 날 알았다. 웅웅 소리가 날 정도로 울려대는 목소리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반으로 들어도 안다. 그가 얼마만큼 훌륭한 보컬리스트인지는, 그냥 들어도 알 수 있다. 가창력 자체나 목소리의 깊이, 음역과 음압, 다양한 음색과 완벽한 테크닉, 노래를 전달하는 깊은 감수성....같은 차원 너머에, 그냥 노래에 흡입시키는 그 능력은 정말 따를 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새 멍하니 집중하게 하는 그의 노래는, 그의 보컬은, 그가 하늘에서 내린 이임을 확신하게 한다

 

다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접하는 것은 이토록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의 CD를 들으면서도 참 어떻게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말이다

 

공연장을 오직 그의 목소리가 채운다. 그의 보컬은 그토록 순도 높은 집중력을 가졌다. 그는 노래 자체가 되어 버린다. 인간의 보컬이 이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가 현존하는 지상 최고의 보컬리스트임을 확신한다. 그건 가창력 자체나...테크닉이나...얼마나 높이 올라가거나 낮게 내려가거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목소리와 그걸 이용해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말할 때에, 타인에게 이런 순도 높은 전달이 가능할까. 노래라는 단순한 행위의 완벽한 경지를 봤다고 하면 표현이 될까? 적어도, 내가 본 중에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웠다고 한다면.

 

 

흥겨운 master blaster를 지나 beatles 노래 중에 내 favorite 중 하나인 we can work it out의 그다운 멋진 편곡이 흐른다. as if you read my mind도 감동적이었고, if you really love me 등이 지나가고 lately를 짧게 하신다. 실제로 들으면 울 것 같았는데, 이미 그의 존재 자체에 넋이 나가 울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곡으로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를 하실 줄은 몰랐다. 예상 셋리스트에도 없던 곡이고, 이 노래 자체를 하실 줄이야....들으면서 끝내 울고 만다. 마이클의 추모식 때 부르셨던 그 곡이다. 그 때 참 많이 울었던 기억과, 그가 마이클 때문에 힘들어했던 기억들까지 덮쳐 와서....그냥 멍하니 서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신다. empire state of mind 후에 짧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다. 골자는 세계가 하나가 되어 서로 미워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 이야기도 하셨다. 싸우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좋아하는 higher ground가 나오고 이어진 don't you worry 'bout a thing 후에는 visions를 해 주신다. living for the city가 바로 이어지나 했는데....living for the city 할 때에는 화면이 함께 나왔다

 

뭐 유명한 노래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이 별로 의미없게 느껴진다. signed, sealed, delivered 하신 뒤에 바로 이어진 part time lover...일어나셔서 하셨는데, 이 무대를 잊지 못한다. 관객 반응은 내내 좋았지만 여기가 공연이 종반으로 치닫으며 정말 절정의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광기에 가까운 반응이 흘러 나오며 정말 신나게 즐기면서 따라 부르는데, 또다시 뭉클, 하고 감정이 올라왔다

 

공연장은 단체 클럽...은 아니고 디스코텍이나 고고장이 이랬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분위기였다. 일어나서 다 함께 몸을 흔들고, 따라 부르고, 열광하고....그 몸을 흔드는 음악을 stevie wonder가 지금 눈 앞에서 불러 주고 계신 거다. part time lover는 무대 내내 행복했고, 또 다시 눈물도 북받치고, 참 좋았다

 

이어서 sir duke가 나왔나? 하여간 그 다음이 마이클의 the way you make me feel이었다. 노래 시작하시면서 마이클을 위한 노래라고 말씀도 하시고, stevie의 마이클 노래 또한 매력적이다. 이 또한 예상 셋리스트랑은 달랐다

 

아들들이 나와 함께한 isn't she lovely로 빠른 히트넘버들이 클라이막스를 이루었고, free로 분위기를 가다듬은 뒤, my cherie amour가 짧게 나오고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역시 1절만 하셨고, 떼창은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어쩌면 최고의 관객 반응이 나온 superstition이다. 후. 이 즈음에 이르니 진짜 비행기 엔진 소음 정도의 환호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물리적으로 귀에 고통이 느껴졌지만, 더없이 듣기 좋고 행복한 소음. 내가 들어본 중 최고의 데시빌을 기록하리라 확신한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른다. 그는 우리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당신의 heart를 사용하라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 사용하고, 충분이 크다면, 모두를 사랑하라고....이 분 앞에서 평소의 나처럼 "인간은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요. 인간은 그게 될 정도로 착하지 않아요. 세상은 사랑하기엔 너무 더럽고 악해요." 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온 몸으로 내게 준 것은...내가 제대로 실감했을까, 라고 끊이없이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천상의 것이었으므로..

 

 

애써 "i love you"가 한국말로 무엇인지 알아내는 그를 보면서, "사랑합니다"로 우리 모두를 노래하게 하는 그를 보면서,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 공연이 끝난다는 생각이 너무 커져서, 마지막을 제대로 만끽했던 것 같지 않다

 

 

멍해진 얼굴로 조명이 켜지는 것을 바라봤다. 그 상태로 기다리고, 걷고, 운전했다

 

 

꿈을 꾸었던 것일까

 

 

 

60세의 그는 너무 완벽한 현역이었다. 그의 나이 때문에 다들 이 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표 경쟁이 더 치열했던 것이라고들 하지만, 공연을 본 나는 어떻게 해서든 한 번 더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어렵지 싶고 미국이 가능성이 높겠지) 나이 들수록 몸이 상하는 생활을 가진-_- rocker들만 보다가, 저 나이에 완벽의 경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stevie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참, 형용사들이 구차해지는 글이다

 

 

 

꿈을 꾼 듯, 그냥 그 상태로 만 하루가 지난다. 의도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는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실수들을 하고 감정 컨트롤이 되지가 않는다

 

 

인류에 stevie wonder는 단 한 명인데, 아무렴. 그 분을 보고 온 건데.

 

 

20년 동안 라이브를 봐 왔다. 내가 더 좋아한 뮤지션도 많고, 더 교감하거나 더 좋았던 공연도 있다. 하지만, stevie만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신의 경지. 그래서 영접하고, 경배할 밖에.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또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 하게 해 주셔서...

 

 

 

 

 

 

 

 

8.10. 2010.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

stevie wonder 내한 공연

8:00 pm

Posted by 오렌지 jacknizel



"미스터 레인보우"

 

고인이 된 송채성 작가의 유작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마음 속 깊이 담고 있는 만화. 그 연재가 멈춘 지 6년이 흘렀다. 아직도 꺼내들어 외우다시피 한 대화들을 차례로 짚어가면 가슴이 울리고 이윽고 지긋이 아파오는 작품. 하지만, 끝내는 웃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만화

 

그리고 작품 속 덕구.

 

 

덕구는 게이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낮엔 유치원 교사로서, 밤에는 게이 클럽의 댄서로서 삶을 즐기려 노력하는 건강하고 밝은 영혼의 소유자. 욕망에 충실한 그의 성품과 현실의 갭 사이에서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낼 줄 알았던 작가.

 

덕구의 삶이 그런 유쾌한 미소를 띠게 하기까지 그가 겪었을 고통과 갈등을 외면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그 삶의 일면들은 충실히 드러나고 있다. 요는, 따뜻한 시선이다. 덕구를, 또는 게이들을, 또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바라봄 덕에 덕구는 겪어 내야만 하는 그 굴곡들을 지니고도 생에 밝을 수 있다. 그 지점에 독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언젠가 queer as folk를 보고서도 비슷한 감상을 적은 적이 있는데, 꼭 내 형제 같단 생각이 든다. 극중 94학번인 덕구이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지만.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들이 그러내는 아픔과 상처를 여과없이 봐야만 하는 시청자이고 독자이니까. 그들이 특별히 게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그 중 내가 가장 공명하는 아픔은 소수자로서 가지는 그것이기 때문에. 퀴어애즈포크의 전편을 보면서 간절히 바랐던 것이 있다. 그들이 결국에는 행복하기를. 그들이 특별히 불행하기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내 가까운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그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다

 

덕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송채성 작가는 마치 그에 대답하듯, 예전 인터뷰에서 덕구가 행복해질 거라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덕구가 풀어 놓은 이야기는 너무도 적다. 두 회 분량의 에피소드 다섯 개가 전부. 아마 덕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았을 것이다. 가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 이상 덕구의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도, 덕구는 또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토록 황망하다

 

 

내 눈으로 덕구가 행복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부리는 투정이 아니다. 그냥 덕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는 그가 서울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가 하는 고민들, 그가 내어 놓는 말들, 그의 시선...모두 그토록 생생하다. 아니, 이 황폐한 세상에, 이토록 밝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꼭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할 수 없으니 살아가면서 이렇게 가슴이 꽉 막혀 올 때가 있다. 깊은 밤, 잠 못 들며 책장을 덮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덕구를 꿈꾼다. 덕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살아가면서 그가 했을 수없이 많은 체념들을 품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고, 어쩔 수 없는 굴곡을 타고 넘어 결국은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고 있기를. 나 같은 게 걱정하지 않아도 덕구는 분명히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이 가없는 바람을 기어코 내어 놓고 싶어진다

 

 

창작자의, 예술가의 죽음은 이래서 힘이 든 것이다

 

 

 

당사자의 떠남을 극복해낸다고 해도, 그의 작품이 멈추는 것을 극복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황망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되는 일이다. 그 불가항력 앞에 그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하는 일이다. 예술,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거대하고 간절하다

 

 

 

꼭 행복해져야 하는 덕구가 그립고 그리운 날

 

 

Posted by 오렌지 jackniz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