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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5.05.19 eight days a week

10월 6일

heart &soul 2020. 10. 7. 21:32

 

 

미국 캘리포니아 시간 10월 6일, 

어린 시절 나의 영웅이자 스승이었던

위대한 기타리스트 eddie van halen이 지상을 떠나, 다른 많은 전설적인 로커들이 머무는 하늘로 날아갔다

 

 

그렇다. 그는 분명히 자유롭게 훨훨, 그의 연주처럼 역동적이고도 그루브하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날갯짓해 갔을 것이다

 

 

그의 투병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도 안타까웠고, 이후 회복됐단 소식을 들었고, 그 병은 완치를 쉽게 말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니 치료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슬프고 마음 아픈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처음 록음악의 세례를 받던 시기 나는 그를 몹시 흠모했다. 그의 혁신적인 발자취나 걸출한 연주 실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처럼 자유롭게 연주하려면 자유롭고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꼭 그와 같이 연주하고 싶었다. 그는 철저하게 밴드 안의 기타리스트였고,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이었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솔로 기타리스트들의 개성과 매력도 무척 좋아하고 솔로 연주자들의 음반도 잔뜩 사서 들었지만, 나는 역시 밴드 안의 기타리스트가 좋았다

 

 

밴드 밴 헤일런의 음악이 정확히 내 이상향이 아닌 것과 별개로, 밴 헤일런 안의 에디는 내게 완벽해 보였다

 

 

그들을 듣기 시작했을 땐 이미 이십 년어치나 쌓인 음반들이 있었고, 그 음반들을 노트에 하나하나 적어가며 뭐부터 살지 꼼꼼하게 고민하고 기록했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아마 그들의 거의 모든 앨범을 모아뒀을 것이다. 집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balance>가 발매됐을 때, 음반을 사고 이화여대 앞, 록밴드의 티셔츠를 파는 가게에 몰려가 밴헤일런의 티셔츠를 사서 구멍이 나도록 입었던 것도 기억난다. 나는 그런 티셔츠를 버리는 법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어딘가에 곱게 접혀 있을 이십오년된 그 티셔츠를 찾고 싶다. <balance>의 자켓사진이 기괴하다고, 우리나라 심의는 아이 하나를 지우고 음반을 발매했던 시대. 그래도 나에게는 가장 자유로운 시절이었고, 그 시절 나는 에디를 숭배하며 그들의 음악을, 그의 연주를 끊임없이 반복해 들었다

 

 

 

 

나는 늘 그가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만 보았던 것 같다. 언젠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적어볼 마음을 먹었고, 당연히 첫번째는 에디를 썼다. 물론 그 연재는 2번 제이슨 베커에서 멈추지만, 나에게 그는 그런 존재였다. 그 자신이 끊임없이 영감을 배출해냈고, 나로 하여금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사람

 

 

종일 마음이 몹시 힘들다

 

 

그는 지상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넘치게 해놓았고, 분명히 고통스러웠을 그의 아픔으로부터 해방됐겠지만, 

 

나는 그가 오래오래, 아주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랐다

 

부모님 뻘에 가까운 그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굳건하게 존재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언제나 그를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마 가장 후회스럽고 가장 섭섭한 일로 남을 것 같다

아름다운 나의 스승이 지금은 조금도 아프지 않기를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영웅,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RIP eddie van ha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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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공연 하루 전

heart &soul 2019. 12. 7. 14:32

 

 

최근 세트리스트를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조금씩 바뀌는 내용은 정리하면 이런 것 같다:

 

오프닝 sunday bloody sunday

2. i will follow / gloria  중 하나

3~5. new year's day, bad, pride

6번부터 joshua tree 앨범 곡순서까지 그대로 전부

본공연 마지막 곡 angel of harlem / desire 중 하나

 

ancore는

 

1~3. elevation, vertigo,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4. every breaking wave / you're the best thing about me 중 하나

5~6. beautiful day, ultraviolet

7번이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 중 하나

그리고 라스트는 one

 

 

 

 

사실 무슨 곡을 듣던 좋겠지만 시대의 명곡이 너무 많아서 놓치면 안타까울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 노래들이 있다는 거고

 

 

내가 갔던 첫번째 공연이 innocence+experience 투어였고 그때 여행 중이었던지라 한달 넘게 그 앨범을 죽도록 들어서, 공연에서 모두 봤지만 그래도 every breaking wave를 듣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는 stuck in a moment인데, 정말 좋아하는 노래고 듣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u2를 좋아하게 만든 시기의 노래들이 있다. 나는 처음부터 u2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내가 산 첫 번째 u2 앨범이 zoorapa 였고 그렇게 좋아지지 않았다. 이후 joshua tree를 사서 들었는데 (당연하게도) 훨씬 좋았지만, 훌륭한 음악을 하는 훌륭한 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걸로 u2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여기까지가 미자 시절 얘기. 그래서 u2는 가장 먼저 컬렉션을 만들고 싶은 밴드는 아니었기에 그냥 멈춰 있었는데, 대학에 가서 생일선물로 under a blood red sky 앨범을 받아서 들었던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덜하지만 나는 라이브 앨범을 별로 사지 않는 록키드였기 때문에 선물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사지는 않았을 앨범이다. 그때 new year's day와 sunday bloody sunday를 들었다. 내가 진짜로 u2의 품에 안기게 된 게 그 스무 살 무렵이다. 말하자면 저 두 곡이 나에겐 u2 입덕곡이라 지금도 제일 좋아하고, 특히 new year's day는 특별하다. 이게 첫번째 시기이고, (여러 옛 앨범을 사 듣고 베스트 앨범도 사 듣고 난 다음) 두 번째 시기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앨범이 나왔을 때다. 그 밀레니엄, 그 앨범은 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 보였다. 가사를 적어가며 곡 하나하나를 즐겼다. 다 좋아하지만,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를 특히 좋아했고 그래서 이번에 듣고 싶다. 그 이후로 그들의 데뷔 20주년이 지나가며 20년 기념 앨범들이 나왔고 여러 기획으로 두툼해진 디럭스 앨범들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세번째 시기는 역시 2015년 투어를 보러 갔을 때다. 굉장히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밴드라서가 아니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밴드라서가 아니라, 그 앨범은 여전히 곡 하나하나가 너무나 훌륭했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퀄리티의 앨범을 지속적으로 내는 게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 유일한 답을 할 수 있는 밴드에게 느끼는 경외감 때문에 다시금 반했다. 역시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한두 곡만 꼽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raised by wolves인 것 같다. 

 

 

u2의 공연을 보는 이유는 그들이 전설이고, 데뷔 이후 한번도 최고가 아닌 적이 없었고, 히트곡이 너무 많아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건 내가 그들의 공연을 봤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고, 왜 그들이 내한을 올 수 없는지 한번에 이해했다. u2의 공연은 u2밖에 할 수 없는 공연이다. 그냥 좋아하는 뮤지션의 라이브를 본다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 당대 최고의 밴드의 공연은 공연관람 경험의 차원, 또는 공연기획 문화와 시스템, inspiration의 차원에서 얘기되어야 한다. 생전 처음 보는 상상력의 무대, 효과, 라이브 관람을 극대화시키는 여러 장치들- 엄청난 비용이 짐작되는 그 무대와 공연을 만들고 선도하는 게 u2라서 좋고 감동적이다. 오직 최고의 밴드만이 할 수 있는데(역량, 비용, 의지, 투어수익 등등), 과연 최고의 밴드가 하고 있어서 기쁘다는 말이다

 

공연을 보고 와서는 무대 쪽 일을 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서든 u2의 공연을 꼭 봐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이제 다른나라에 가지 않고도 그들을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u2의 인기와 인지도, 매진되지 않는 상황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보태고 싶지 않다.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내 기준으로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라는 문제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다. 이걸 비행기 값 안 들이고 숙박비 안 들이고 볼 수 있는데, 30년 이상씩 이 공연만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말이다

 

 

나는 u2의 대단한 팬이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말할 때 그들을 말하지 않는다. 4년 전 쾰른에서 공연을 본 것도, 마침 여행 중에 투어 스케줄이 맞아서 갈 수 있었다. (독일은 여행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굳이 찾아간 게 맞긴 하지만) 하지만 그들이 지난 40여년 간 최고의 뮤지션, 최고의 록밴드였고, 가장 훌륭한 음악을 끊임없이 들려주었다는 사실은 기쁘게 말할 수 있다. u2의 존재는, 인류에게 이미 선물이며 축복이다. 지난 시간들, 몇 십년에 걸쳐 흘렀고 앞으로도 지속될 그들의 음악에 감사하고, 분명히 감동적일 내일 공연에도 미리 감사드리고 싶다

 

 

정말 고마워요. 내 인생에 들어와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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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와 Queen

heart &soul 2019. 6. 15. 13:46

 

힘든 한 주였다

 

한달 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두 밴드의 내한공연 소식이 들렸고 또 몇 주전 같은 주간에 티케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내한티케팅만 20년을 했고 사실 실패한 적은 없고 심지어 맨 앞줄을 겟한 적도 있고(lenny kravitz) 5열 안쪽도 몇 번(sting 외)이나 있는데 워낙 거물들에 히스토릭한 내한이라 줄곧 긴장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티케팅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음

 

U2는 내한을 바란지 20년 됐는데 밴드 데뷔 40년이 되어가는 시점의 첫 내한

 

Queen은 5년 전 소소한 개뜬금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이후 영화의 대신드롬에 힘입어 결정된 2회 공연

 

 

티케팅은 티케팅인데 어떤 밴드도 팬들이 천 명은 되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원한다면 늘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되새기고 되새겨도 이야깃거리와 이런저런 요인이 너무 많은 공연들이다

 

 

사실 나는 두 밴드의 공연을 모두 봤다

 

 

퀸은 2014년 지금은 사라진듯한 슈퍼소닉 페스티벌에 가서 제일 좋은 구역에서 봤다. 홍보도 잘 안 됐고 첫 내한이 밴드 멤버 둘이 없는 공연이라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표 구하기도 쉬웠고 그냥 브라이언 메이랑 로저 테일러 잘 지내시는지 보고 싶어서 간 공연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공연이었고 굉장히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퀸의 히트넘버의 힘이 느낄 수 있다. 온몸을 뒤흔들고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퀸 특유의 그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곡들이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정말 놀랍게도 we are the champion 따라 부르면서 친구들이랑 질질 짰다. 퀸의 곡들 중 좋아하는 노래도 아닌데 그냥 끌려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걸 다시 느끼고 싶다

 

 

U2는 독일에 가서 봤다. 2015년에 유럽에 갔는데 시기에 어떤 공연들이 있는지 뒤지다가 유투의 투어를 알게 됐다. 독일은 여행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아웃하는 암스테르담에서 기차 타고 두세시간 걸리는 쾰른에 공연이 있기에 티켓 재구매 사이트를 통해 티켓을 구했다. 공연보러 가서 알게 됐지만 꽤 좋은 자리였고 숙소도 공연장 바로 앞이라 진짜 온몸을 불살라 놀았다. 맥주도 공연 전 점심 먹으면서, 공연장 가서만 조금 마시고 공연 끝나고 호텔에 (30초 동안 걸어서) 와서는 씻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엄청난 공연이었고 왜 그들이 내한을 못하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된 공연이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맥주 한 잔이 필요했지만 여행 막바지였는데다 공연 관련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비로소 긴장이 풀린 몸은 바로 기절해버림

 

그때도 U2는 내내 내한이 어려워 보였고 혹시 일본에 오면 그때 또 가봐야지 생각했었다

 

 

 

 

뭐....시간이 흘러 이렇게 다시 두 밴드의 공연을 눈앞에 두게 됐다

 

 

 

월요일에 먼저 u2의 티케팅이 있었다. u2는 아직도 너무 훌륭한 앨범을 내고 있고 워낙 전설이라 가열찬 팬덤은 아니더라도 그들 명성에 맞는 기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거두절미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기반이 약할 줄은 몰랐다. 주위 음악 듣는 동무들 중 u2를 안 듣는 이들은 없었고 그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밴드라는 사실에도 딱히 이의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목표는 좋은 자리라 경쟁률이 걱정돼 팬클럽에 가입해서 선예매 자격을 따냈다. 참으로 노련한 안내문을 읽고 인증코드를 받고 인증을 하고 기다렸던 그 며칠 동안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친구들의 티켓을 책임지고 있기도 했다. 예매 시간이 다가올수록 손에 땀이 나고 손이 덜덜 떨려 마우스를 클릭하는 게 걱정됐다

 

그렇게 떠느라 1초는 잃은 것 같지만 그래도 선예매의 혜택을 가득 받아 좋은 자리를 잡았다. 과연 마우스 쥔 손이 계속 떨렸고 뭔가를 타이핑해서 넣을때도 덜덜덜덜. 어떻게 예매를 다 했는지 그 8분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들 것까지 무난하게 다 하고 그날 한 달여만에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잤다

 

 

 

그리고 삼일 후, 역시 퀸의 현대카드 선예매.

 

퀸이 훨씬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시기도 시기인지라 앞선 예매와는 비교도 안될 치열함을 각오했다. 그래도 u2를 끝내놓고 나니 긴장이 꽤 사라져 떨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이틀 공연인 덕도 봤지 싶다. 예매처가 두 곳이라 득/실이 나름 있었다. 아무튼 처음 노렸던 자리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어깨에 무겁게 지고 있던 짐이 사라졌다. 공연은 반 년도 더 남아서 현실감은 아직 없다. 그냥 아주 큰 숙제가 지나간 느낌이다. 그 전에 무언가 볼 만한 공연이 또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시간과 압박에 쫓기는 티케팅(공연, 마일리지 좌석, 마지막 남은 객실 등등)은 당분간 만나고 싶지 않다가도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 같긴 하다

 

 

지쳐서 처음에 하려던 말의 반의 반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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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 rhapsody

heart &soul 2018. 11. 6. 00:31


영화 <bohemian rhapsody>를 MX관에서 보았다



마지막 장면이 되는 live aid 공연, 너무나도 유명한 웸블리의 라이브에서 감정이 고조될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정작 울기 시작한 것은 꽤 섬세하게 컷된 bohemian rhapsody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부터였다


씬이 끝날때 눈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벅차오르거나 흥분되거나 뭐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에픽, 음악으로부터 세례받은 이들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은밀한 역사를 본 감동 같은 것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플롯은 평이하고 영화는 단조롭게 느껴질 정도로 특출하지 않지만 애초에 queen의, freddie mercury의 전기영화에서 기대함직한 것은 거의 모두 보고 나온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아니한가. 음악의, 클래식의 힘을 느낀다. 실제인물들을 꼭 빼닮은 (오히려 프레디가 제일 덜 닮았고 브라이언, 존, 로저 진짜 전부 ㅎㄷㄷ) 배우들을 보는 재미와 함께 그거면 충분하지 싶다




퀸을 떠올려본다



나는 퀸을 한번도 특별히 좋아한 적 없다. 하지만 그래서 앨범 몇 장, 눈물 흘렸던 노래가 몇 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펼쳐놓고 새던 밤, 2014년의 기대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던 내한공연....좋아하는 밴드를 나열할 때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언제나 어디에서나 빼놓고 내 음악 헤던 날들을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라면. 이렇게 서술하는 것조차 황송하다. 취향 너머에 존재하는 게 클래식이고 전설이라는 거겠지



라디오를 들으며 퀸을 들었겠고 첫 곡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분명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베스트 텐 뭐 이런 컨텐츠로부터 들었을 게 거의 분명하기 때문에 보헤미안 랩소디나 love of my life였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라디오로부터의 정식 청취 전에 we are the champion이나 we will rock you를 길거리에서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다



무엇보다도 퀸이 내 머리에 지워지지 않게 각인된 일이 있다. 1991년 프레디의 사망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일이다. 신문에 나오는 말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던 시절이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당시 나는 매일 신문을 읽었더랬다. 그리고 늦은 가을 어느 날 기사를 읽었고, 사실만을 전달했을 그 기사가 무척이나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냥 토막 기사는 아니고 글자수를 꽤 할애한 칼럼형식 기사였다는 기억이다. 지금 그 기사의 논조나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무슨 신문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기사를 읽고 나는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다. 그런 감상을 품게 한 것으로 보아 기사를 쓴 기자가 프레디의 떠남을 애통해했고, 아까워하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짐작해 볼 뿐이다


사망 원인이 에이즈라는 사실이 언급됐고 당시 에이즈는 어떻게 해도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음에도 난 그저 이름과 노래 몇 곡 정도만 알고 있던, 부모님보다 나이 많은 내 세대 건너의 록스타의 죽음 때문에 며칠을 앓았다. 사실 퀸은 그때도 현역이었는데, 사십대 중반의 사망이 요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던 나이였던지라 오래된 밴드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제 영화를 보고 나니 45세가 떠나가기엔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뼈저리게 느껴져 가슴이 너무 무겁다



내 첫 퀸 앨범은 <classic queen>이라는 컴필레이션이다. 이게 미국에서만 발매됐단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는데, 과연 미국에서 사온 거였다. 퀸은 히트곡이 너무 많아 이런 식의 언급은 의미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들은 좀 덜 실려 있는 앨범이라, 내가 처음 제대로 들은 앨범으로부터 퀸의 인상은 a kind of magic, radio gaga, under pressure, stone cold crazy 등으로 각인됐다. i'm going slightly mad, who wants to live forever, 그리고 the show must go on...퀸의 후기곡들을 먼저 들어서 나중에 들은 좀 더 밝은 곡들이 실제보다 더 밝게 느껴졌었다



그 후  정규 앨범을 몇 장 더 사고 특별히 컬렉션을 만들진 않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퀸의 음악은 들을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막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설레고 벅차게 만들고 곱씹고 가슴 아프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 기억들이 새삼스레 폭발했다. i want to break free와 bicycle race를 흥얼거리던 스물 두셋 때가 떠오르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끄적거리던 고3 때가 떠오르고,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구르던 서른 몇 살 때가 떠오른다




아마 보헤미안 랩소디의 레코딩 장면 때문에 다시 영화를 볼 것 같다. <made in heaven>을 비롯해 후기 앨범도 몇 장 사고 싶다. 프레디가 조금만 평범하게 그래서 좀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나는 이십 몇년 전 그 신문기사를 읽을 일이 없었을 테고 모든 것이 달라졌겠지. 그의 인생이 불꽃 같았기에 지금 우리의 가슴은 여전히 저리고, 그 짧은 순간들이 보석 같은 것이겠지


그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이 떠난 시간을 윤색하려 애쓴다. 그 가없는 애씀이 지나가고 나면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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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 days a week

heart &soul 2015. 5. 19. 18:50

벌써 2주가 더 지나가 버렸다


여기저기서 몇 번이고 밝힌대로 내게 비틀즈는 특별하다. 지금 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유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비틀즈가 아니었더라도 음악을 들었을 테고 음악에 빠졌을 테고 그로 인해 삶이 바뀌어겠지만 그 시작이 비틀즈였다는 것조차 특별했다고 기억한다


지난 해에 공연이 예고되고 티케팅을 하면서 영혼이 바닥까지 털렸더랬다. 중딩 시절부터 콘서트를 다녔고 온갖 내한 공연과 온갖 티케팅의 전설의 현장에 있었었지만 2014 폴 매카트니 티케팅은 빌어먹을 현대카드의 서버 폭발로 뼈에 각인되는 아픈 기억을 남겼다. 그날 4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새로고침을 클릭하면서 여러가지 한계를 맛봤다. 결국 폰으로 성공하고 ㅋㅋ 밤에 몸살이 났다. 새벽까지 씩씩대다 열에 들떠 잠들었었지


그런 공연이 취소되었으니 허탈감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취소가 확정된 날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취하지도 않아 계속 들이붓다 쓰린 속 부여잡고 밤을 헤맸다. 잔인하기 이를데 없었던 2014년의 봄이었지


2015 공연이 예고되고 숨돌리기 전에 티케팅 공지가 뜨고 지난해의 교훈으로 서버가 보전되어 정말 무리없이 좋은 자리에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가구 조립에 짐 옮긴다 뭐다 해서 심신이 골로 처박힌 이른 5월, 나는 그를 만나러 새로운 길을 떠났다



공연 열흘쯤 전부터 소용없다는 건 알지만 계속 날씨 체크를 했다. 다행히 비는 공연 당일은 넘기고 그 다음날 새벽쯤부터 온다고 했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었다. "비 맞으면서 공연 보기"라는 글이라도 작성해야 할 것 같다



궂은 하늘과 달리 잠실 주경기장 주변의 공기는 온화하다 못해 훈기가 느껴졌다. 분명히 찌푸린 대기와 흰빛 도는 하늘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그와 같았다. 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현대카드 예매 뜨기 전에 보험용으로 해 놓은 티켓 두 장을 중학생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아저씨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팔았다



공연장에 가기 전에 요기를 했다. 돈까스 집에 가서 돈까스를 시켜 놓고 맥주 안주로 먹었다. 공연 전의 적당한 취기는 언제나 좋다. 그래서 여름 페스티벌이 좋은데 우리나라는 여름 더위가 과해서 (혹은 여름비가 과하거나) 뭔가 훌륭한 밸런스는 아닌 것 같다. 락페 가서 술을 맘껏 마셔본 기억이 없음


아.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거의 늘 운전을 담당해서였는지도



아무튼 둘이서 병맥주 세 병이니까 기껏해야 각자 오백씩 먹고 들어간 건데 공연장 입장할때쯤부터 숙취가 오기 시작했다 ㅋㅋ 속이 괴랄한 것이 뭔가 쌀국수나 뼈해장국을 먹고 싶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봄밤의 야외 공연, 궁극의 아티스트와 음악에 취하기 위해 우리는 백화점 와인 파는 데 가서 하프보다 더 작은 휴대용 와인을 공연장에 반입하는 양아치 짓을 했단 말이지


그것도 세 병이나 ㅋㅋ 일단 각자 일병씩 마시고 모자랄 것에 대비한 나머지 한 병. 맥주는 아무래도 화장실이 불편하니까 무리고 고육지책으로 나온 게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기다리며 숙취가 오면서 도저히 술을 꺼낼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보통 밴드 공연과 달리 젊은 매니아들뿐 아니라 정말 정말 보통 분들처럼 보이는 어르신과 아이들도 많이 있어서 이것이 바로 공연장서 술쳐마시는 어른애새끼의 모습...이란 걸 내보이기엔 덜 취해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여의 기다림. 그는 드디어 "eight days a week"와 함께 등장했다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말이다. ooh i need your love babe으로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목소리와 그의 기억, 그리고 나의 기억, 우리의 기억


73세의 그는 처음 그 노래를 발표하고 불렀던 22살짜리처럼 성큼 다가왔다. 내가 처음 그를 인지했을 때 그는 이미 오십줄이었지만 그런건 상관없다. 비틀즈 초기의 러브송 특유의 발랄한 애절함, 정말 러브송이라는 말에 꼭 들어맞는 영원한 설렘. 공연 1분 전까지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첫 곡을 들어 넘기는 게 너무도 벅찼다.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거대한 영감과 애정이었다. 그 마주침을 도대체 무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다리가 풀리고 눈물이 왈칵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눈에 모두 담아야 하는데, 자꾸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너무도 좋아하는 이 노래를 따라 불러야 하는데, 그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까지 시간을 한참 소비해야 했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만 안 오면 좋으련만....같은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어찌보면 완벽하게 연출된 분위기였다. 장마처럼 장대비는 아니고 내내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봄밤, 봄바람, 그리고 봄과 밤과 비와 바람 속에 함께 있는 폴 매카트니


"and i love her"면 공연이 반을 돌기 직전쯤이었을 거다. 숙취에 노곤해진 몸 그런 거 없고 술을 마시고 싶어졌다. 이 밤, 이 비,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다. 물병처럼 뵈는 병을 각자 하나씩 들고 빨대를 꽂아 와인을 쪽쪽 빨면서 무대를 눈에 담았다. 이어지는 "blackbird" ㅠㅡㅠ 정말 눈물 쏙 빠지는 분위기였다. 보통 빨대로 술 마시면 엄청 잘 취하는데 맥주도 아닌 와인을 빨아먹는데도 취하진 않았다. 남은 한 병은 지금 냉장고에 있는데...암튼



아주 오랜만에 행복했다. 3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러했다. 3시간 동안 비를 맞으면서 최고의 집중력이 필요한 공연을 소화한 몸은 이미 삐그덕대기 시작했고 택시 잡을 힘까지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12시 넘어 일본라면 한 그릇씩 먹고 카카오택시 타고 귀가



집에 와서도 아주 오랫 동안, 집에 1시 20분쯤 도착했는데 한 3시 반까지 그대로 누워 있기만 했다. 뒷풀이도 불가능할 정도로 심신을 불태웠는데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고 싶었다. 피곤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잠을 못 자겠는 느낌이 더 컸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겠지만 나는 그냥 이 밤을 영원히 그대로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거대한 사람과 만났는데, 아마 다시 만나도 반드시 이만큼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폴 매카트니도 인간이다. 그도 나이 들고 언젠가 세상을 달리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영원히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줄 것 같다. 내가 필요할 때 언제나 적절한 곡을 틀어줄 것 같다



eight days a week i love you

eight days a week is not enough to show i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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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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