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되돌릴 각오를 하고 되돌릴 수 있는 길까지 쭉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그 길이 목적지에 더 빨리 닿을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머리를 기르기만 하다가 어떻게 나와도 좋다는 심정으로 머리를 짧게 잘라 버렸는데 그 커트 스타일이 나에게 베스트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머리를 자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 머리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주었다. 홧김이든 뭐든 일단 잘라보지 않았다면 영영 발견하지 못했거나 아주 늦게 발견하게 되었을 진실.

 

마음에 드는 옷을 샀는데, 가게 직원이 사이즈를 잘못 넣어주어서 바꾸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가게는 집에서 가깝지 않아서 차를 타고 사오십 분은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날을 잡고 길을 달려 옷가게를 방문했는데, 새로 나온 옷 중에 오랫동안 찾아왔던 스타일의 옷이 있었다. 다시 올 기회가 없었다면 그런 옷이 있는 줄도 몰랐을 터였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지장 없는 삶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니까 마음에 드는 옷이란 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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