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라는 사람이 있다. 둘은 부부이고, B가 외도를 한다. 이 경우 이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대개는 쉽게 B의 유책을 물을 수 있지만, 이 회고록에서 B는 A에게 책임이 있다고 당당하게 소를 제기한다. 흔해빠진 '네가 안 놀아주니까 내가 마음이 딴 데 간 거야' 류의 책임전가와는 조금 다르다. 최초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B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을 피해자로 재규정하게 되는 과정이 A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것 같지만, A가 결국 지적하는 것은 B의 아전인수격 태도와 뻔뻔함이다. A는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에 세우는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는 분노 대신 비웃음과 희화화를 서술방법으로 택함으로써 사건이 지니는 무게감을  덜어내고 B를 한없이 가벼운 인간이라는 틀 안에 가둬놓는 데 성공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감성수치를 겪게 하는 B를 편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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