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무서워서 신체반응이 나타났던 적은, 정말로 무릎이 떨리고 심장박동이 거세지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던 적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볼리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탔었을 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theme park로 유명한 그곳은 규모는 작지만 자자한 명성의 놀이기구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두 개를 타보고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게 되지 못한 건가 아니면 이 놀이기구가 심각하게 아찔한 건가 구분하지 못했다.

특히 앉아서 20분 동인이나 구경하면서 고민했던 두 번째 놀이기구를 타고 나와서는 다리가 풀리고 어질어질해서 같이 탔던 열다섯쯤 되어 보이는 소년들이 "괜찮으냐"고 물어봤더랬다. (그 애들은 재빨리 다시 타러 입구쪽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타기 전에 20분, 타고 나서 20분을 그 놀이기구 앞에 앉아 있다 왔던 기억이 있다.

좀 더 어렸던 시절 나는 새로운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면서도 도전하는 일에 짜릿함을 느끼는 쪽이었는데, 티볼리 이후로는 내가 너무 좁은 세계에서 일률적인 놀이기구만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됐다. 이후 에버랜드에 가서 가장 유명한 롤러코스터를 1시간이나 기다려서 탔을 때도, 대단히 무섭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또 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섭거나 두려웠던 시간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회전목마다.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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