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녀석은 내가 안전장치를 풀 때까지도 설마 내가 방아쇠를 당길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고. 라고 도발했던 것 같다. 총은 아무나 쏘는 줄 알아? 쏴본 적이 있는 놈들도 실전에선 벌벌 떨게 마련이지. 대체 이 놈은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입씨름을 할 가치조차 없는 녀석이었다. 자, 과녁은 여기야. 제대로 조준하라고. 그러면서 자기 심장을 활짝 내밀어보였다. 성범죄자 주제에 드라마퀸이었다. 어디서 본 건 많아 가지고. 그러면 내가 두 손으로 감싸쥔 베레타92fs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녀석이 총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동안 집중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연습했던 조준을 마쳤다. 타겟은 녀석의 이마. 조금이라도 여지를 둘 생각은 없었다. 이런 게 세상에 나와 활보한단 자체가 공해였다. 내 흔들림없는 준비동작이 주의력 산만한 녀석의 신경에 가 닿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게 틀림없다. 배실배실 역겨운 웃음을 뱉어내던 놈의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찬 것은 내가 방아쇠를 당긴 뒤였으니까. 자비였다. 시간을 끌면서 녀석이 오줌이라도 지리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 역시 환경오염이었다.

총알은 정확히 녀석의 미간에 꽂혔다. 고통도 없었으리라. 쓰레기수거반이 다녀갈 것이다. 스스로도 놀랄만큼 내 평정심에는 이상이 없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수행한 사람 같았다. 내 바이오소스가 모두 본부에 전달될 터였다. 스나이퍼에 지원하고 싶진 않았다. 사람을 골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내 훈련의 결과가 그 방향을 가리킨다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난 다음의 신체반응이 그렇게 해석된다면? 물론 놈을 사람으로 의식한 건 아니지만 - 쓰레기에 대고 총질을 한 것뿐이다 - 말이다. 나는 현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찾아들었다.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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