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쓸모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질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 기본적으로 관계맺음이나 친밀성, 애착 따위가 계획이란 단어와 엮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그대로의 예시가 하나 생각나는데, 바로 소설이자 영화인 <me before you>다.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책/영화는 주요 등장인물들, 즉 계획에 연관된 사람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친밀함을 형성하고 다정한 관계를 이루며 이윽고, 냉정하게 말하면, 쓸모없는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떠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의 사랑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 물론 루이자는 윌의 결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이다.

말해놓고 보니 많은 "사랑"이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일이 벌어지고, 그 감정은 감정 자체의 의미를 빼면 그렇게 "쓸모있지" 않다. 사람을 뒤흔들어놓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시시각각 기분을 변화시키고, 시간과 돈과 노력이 소요된다. 여러모로 소모가 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당사자들을 기쁘고 즐겁고 뿌듯하고 설레고 충만하게 만들거나/그렇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랑은 인류에게 대단한 가치로 여겨진다. 그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다.

 

 

 

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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