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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nd get it 2020. 8. 23. 16:33

 

 

타인과 공유하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을 겪는 게 처음은 아니다

 

그는 그 과정이 언젠가 마무리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마무리되지 않으면 그는 살 수 없을 테고, 살 수 없음 역시 또 다른 마무리가 될 터이니

 

 

그는 그것이 살면서 치르는 일종의 세금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억울하지는 않다. 대부분 그가 자초한 일이고, 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그의 잠재의식 내지 신경전달물질이 벌인 일일 가능성이 높으니 어쨌든 그에게 속한 것들이다. 그 연원을 찾는 게 중요할까? 그 연원을 찾아내더라도, 세금이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냥 그 시간이나 과정이 길지 않기를, 그가 참아낼 수 있을 만큼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매초 매분을 버틴다. 그러면서도, 이대로 죽어도 괜찮지 않나, 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다. 그는 현재의 삶에 미련이 없고 아쉬움도 없다. 가족을 향한 우려만이 그가 급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공포는 삶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가 지니기에는 과하지 아니한가

 

 

그는 세상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자비하고 거칠며, 그것을 버텨내기에 스스로가 지나치게 유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 죽음에 매혹된다. 그러나 그것을 묘사하는 마음 자체가 삶에 대한 욕망임을 그는 아주 최근에 알게 된다. 그는 자주 눈물 흘리고 맨몸에 그어진 상처를 자주 드러내 보였지만, 그것과 죽음의 연결고리는 멀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트리거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날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라는 말은 실제 죽음을 행하는 일과는 매우 다르다. 그 마음이 의식의 모든 것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어떤 일, 또는 사건, 말 등이 무엇인지 그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실제 죽음을 행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것을 상상만으로 형상화하는 데 한게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어쨌든 그가 죽음의 궤적을 한발 한발 좇을 때 언제나 거기서 주춤대다 멈춘다. 결국 그의 머릿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죽음은 한번도 죽음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들의 것만큼이나 피상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가, 여러 병원을 거쳐오게 했던 그 공포, 죽음을 향한 공포는 평범하고 말쑥하고 흔한 것이다. 죽음을 머릿속에 지니고 있다고, 그 공포가 타인의 공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 또한, 그는 인정해야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이런 식의 죽음"이 싫은 것이라고 말을 보태보아야 한다. "급사"가 싫다고,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어버리는 게 싫은 거라고 말해야 한다. 그게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삶에 남은 미련이나, 아쉬움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욕망의 존재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그 순간의 그에게 그 사유는 끊임없이 떠올랐지만 해결을 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몸에 남은 미약한 에너지가 그 사유를 진행시키는 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MRI를 찍어야 했고, 그 결과로 편해지는 과정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MRI가 보여줄 흠잡을 곳 없는 머릿속이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을,

그날 밤의 그는 꼭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명민하고 재바른 그의 뇌세포가 이미 그게 아님을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지만, 그 경고는 그 순간의 그에게는 너무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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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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