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o and get it 2020. 6. 23. 09:29

 

그가 저녁에 복용해야 하는 약은 여섯 알이다

 

작고 희고 노란 알약 몇 개는 반절로 잘라져 있다

 

그 약 하나하나의 성분과 효능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그는 그것이 복용량을 조정하던 시기의 산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알약을 먹는 데 약간의 트러블을 가지고 있다

 

이 약들을 복용하기 이전부터 큰 약들을 잘 삼키지 못해, 실은 효능에 대한 기대감이 제로에 가까운 값비싼 영양제를 충동구매한뒤 처음 두 알인가 세 알을 간신히 삼켜놓곤 손을 놔버렸다. 다시는 영양제를 먹지 않겠구나, 라는 확신과 함께

 

 

아마도 큰 알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식도를 건드리는 느낌, 목에 걸린듯한 그 터치감을 진저리쳐지게 싫어하는 것 같다

 

영양제는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비대한 캡슐이라 그럴만도 해 보인다

 

 

그 외 그가 자주 먹는 진통제나 소화제는 크기가 제법 크지만, 워낙 자주 먹어온 탓인지 매끈한게 당의 코팅된 질감이 목구멍과 식도를 건드리는 법이 없어 그런지 삼키는 일이 문제되었던 적은 없다

 

 

 

그가 저녁에 먹는 여섯 알은, 이미 말했듯이 반절로 잘라진 것도 있고, 하여간 크기가 매우 작은 축에 속한다

 

그가 이 여섯 알을 네 번에 나눠 먹게 되기까지는,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전까지 그는 여섯 알을 삼키기 위헤서, 여섯 번을 시도했다

 

다시 말해야 한다면, 여섯 알을 몸 속으로 밀어넣기 위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삼키는 일이 큰 트러블이 되어, 약을 하나하나 씹어서 가루나 곤죽으로 만들어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약의 처방자는,

 

그렇게 먹으면 쓰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물론 쓰지만, 혀끝이 얼얼하고 오랫동안 마비될 정도로 쓰지만, 목에 걸릴지도 모르는 두려움보다 낫다고 대답한다

 

 

 

여섯 알이 아직 네 알이던 시기, 

 

그는 한밤중 그 저녁 몫의 약을 삼키다 희고 둥글납작한 약 하나가 목젖 즈음에 걸리는 경험을 했다

 

급히 켁켁 기침을 해대어 무사히 손바닥으로 다시 뱉어낼 수 있었지만,

 

그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는 하루 세 번 약을 먹을 때마다 그 둥글납작한 작디작은 약이 목에 걸리는 상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수많은 상상들의 결말 중 하나는 약이 숨쉬는 길을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약을 씹어 삼키기로 결심했고,

 

그로 인해 심해진 불면 탓인지 아니면 그 모든 사고의 과정 탓인지,

 

그가 저녁에 먹어야 하는 약은 여섯 개로 늘어났다

 

 

 

 

 

지금 그는 다시 약을 삼킬 수 있다

 

덜 수고스럽게 되어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알약이라도, 여섯 개를 한번에 삼키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그는 아침과 점심 몫의 약과 같은 여섯 알 중 세 알은, 한번에 삼킨다

 

그리고 반절로 쪼개져 삐죽삐죽 날카로운 단면이 보이는, 앞의 세 알보다 비교적 큰 흰 약 반쪽짜리는 따로 삼킨다

 

그 약만은 아직도 때로 씹기도 한다

 

그리고 남은 노란색 알약 두 개, 가장 크기가 큰 그 약은 한 알 한 알 두 번에 나눠 삼킨다

 

약을 씹어먹던 시절, 큰 낭패감을 맛보게 했던, 다른 건 몰라도 이 약만은 씹어먹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단단하고 지독하게 쓴 그 약을 조심스레 삼킨다. 어쩌면 다시 삼킬 수 있게 된 것도 이 약은 꼭 삼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네 번에 걸쳐 삼키는 일이 불편하지 않다

 

여섯 번 내지 여덟 번을 시도해야 했던 시절엔 불편하기도 했고, 좋지 않은 상태라고 여겼지만.

 

때때로 손바닥에 올려놓은 약을 바라보며 공동에 잠기는 일을 제외하고, 그는 지금의 상태에 만족한다

 

 

 

 

 

'go and get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0) 2020.08.23
5  (0) 2020.08.16
4  (0) 2020.08.05
3  (0) 2020.07.21
2  (0) 2020.07.13
Posted by orangepudding
,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아직 보지 못한 게 많아서 뭐라 말을 해도 좀 어불성설이지만

 

지금까지 본 것만 토대로 내 바람을 말해보면

 

감독상은 the irishman의 마틴 스콜세지,

 

남우조연상은 the irishman의 알 파치노

 

가 받으면 좋겠다.

 

아마 둘 다 받아도 이견이 별로 나옴직하지 않은 연출과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알 파치노는,

 

연기력에 대해서야 두말할 나위 없는 배우지만, 사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그렇겠지만,

 

새삼스레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 싶다. 화면을 장악하는 힘, 관객에게 캐릭터를 보여주고 설득시키는 능력,

 

2019년에 본 모든 영화의 배우들 중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내가 the irishman의 대단한 팬은 아니고 (내가 대단한 팬인 영화는 스타워즈다)

 

그냥, 참 놀랍구나, 싶은 단단한 힘이 느껴졌고 그게 반가웠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분 다 못 받을 것 같다. 캠페인이 어찌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측이나 배당 등을 보면 버금 축에도 못 드는 게 아연할 뿐이다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좋았고 그의 수상도 기쁘겠지만 알 파치노가 더 인상적이다는 거고.

 

 

그 외 할 만한 말은 많지 않겠다. 말했다시피 본 영화가 절반 정도밖에 안 돼서.

 

조커를 보고 아 올해 시상식은 호아킨 피닉스가 휩쓸고 다니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결혼이야기에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가 결코 뒤쳐졌다고 생각하진 않고

 

 

개인적으로 그 많은 시상식들에서 독식 분위기를 좋아하진 않는데 그쪽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은

 

그런 것 같다. 브래드 피트 좋아하지만 독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주요 후보작들을 빨리 보고 싶다. 2월 안에는 대충 다 개봉하는 것 같다

 

 

 

 

 

 

 

 

 

 

'come out and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피투게더  (0) 2021.02.25
스타워즈 없는 연말  (0) 2019.12.20
rocketman  (0) 2019.06.18
Posted by orangepudding
,

 

며칠 전 영화 보러 갔다가 처음으로 <the rise of skywalker> 트레일러를 봤다

 

좋았는데, 다시 한번 스타워즈가 개봉 밀린 게 떠올라서 기가 찼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기이할 정도로 인기 없는 프랜차이즈지만 일주일도 아니고 3주나 밀리는 거 실화냐

 

겨울왕국 --> 스타워즈로 연결되는 디즈니의 연말전략이었을 텐데 말이다

 

스타워즈, 그것도 새 트릴로지 마지막 작품을 연초에 보라니, 스타워즈는 어떻게 봐도 연말 영환데

 

억울해서 잠도 못 자겠다 괜히 트레일러는 봐가지고서는

 

아 그런데 그날 <결혼이야기>도 봤다. 아담드라이버를 잔뜩 보고 나와서 카일로렌을 보니 순간적으로 캐릭터에 신뢰가 안 갈 뻔하다가

 

<걀혼이야기>의 찰리랑 카일로렌이 지닌 비슷한 결은 캐릭터 자체 때문인지 아담드라이버 때문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스타워즈가 개봉하면 약 한달 동안 모든 일정이 그에 저당잡히긴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눈감고 귀막고 3주다

 

 

 

 

 

'come out and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피투게더  (0) 2021.02.25
2020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  (0) 2020.02.09
rocketman  (0) 2019.06.18
Posted by orangepud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