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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nd get it 2020. 8. 28. 15:00

 

 

그렇게 그는 인내의 밤을 버티고 아침을 맞이해

 

그의 텅 빈 위장은 무엇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그는 빨리 병원에 가고 싶을 뿐이야

 

그는 지정된 시간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해. 오전이라 고려한 사항들이 그를 방해하지 않았거든

 

물론 그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

 

줄곧 접수가 시작되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에게 일어난 작은 해프닝은 이런 것

 

접수처에 갈 게 아니라 검사실로 미리 가 있어야 했는데, 그는 어제 진료 후 안내를 해준 간호사의 말, 즉 접수를 하고 검사실로 올라가면 된다는 말을 의심 없이 믿었지. 생각해 보면 8시 5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9시에 오픈된 접수대를 기다린 건 철두철미한 평소의 그답지 않은 일이야. 말하자면, 그런 일일함에 신경을 기울일 에너지가 그에게 남아 있지 않았어

 

뒤늦게 검사실에서 전화를 걸어왔단 사실을 알고, 급히 다른 층으로 향한 그는 이미 그의 다음 차례 환자가 검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 그는 드물에 큰 짜증이 났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입 안으로 무엇도 집어넣지 못한 상태로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했는데, 간호사의 잘못된 인도로 30분을 밀리게 됐으니 말이야. 혼란스럽게 부서진 그의 머릿속 내지 가슴속 상태로 미루어, 그가 다소 큰 소리로 왜 가이드를 그런 식으로 하느냐고 신경질을 부린 것은 한번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어. 말했듯, 그는 아무런 여유가 없는 상태거든

 

 

다행인지 무언지, 다른 환자의 검사가 9시 전에 시작된 덕에 그는 예상보다 빠른 콜을 받게 돼. 그리고 그는 드디어 뇌 MRI를 찍지. 꽉 채운 30분이 걸린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어. 물론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바라지만, 이것이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고 있거든. 30분이든 1시간이든, 이 과정 없이 그는 결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 응당 거치겠다는 마음인 거지

 

 

MRI는 쉽지 않았어. 좁고 길고 흰 통 안에 빨려들어간 그는, 조금도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완전히 고정된 상태로 눈을 감은 그는, 첫 5분이 지난 뒤 답답함을 거쳐 새로운 불안을 얻게 되지. 폐소공포증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견디기 어려운 공포, 호흡을 자유자재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가 그를 괴롭혀. 이상한 일이야. 그는 불안을 제거하는 과정, 그 모든 과정은 공포 없이, 비교적 용감하게 치뤄내는 편이거든. 30분이라는 시간의 압박 때문일까. 어쨌든 왜 이러는지 생각할 시간은 없지. 어떻게든 쿵쿵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이제 20여분이 남았을 시간을 차분히 견뎌야 하지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었기 때문인지, 앞으로도 15분은 남았다고 느낀 시점에 검사는 끝이 나.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는 안도는 0.5초 정도 그의 몸에 머물고 사라지지. 그는 어제의 진료실 앞에서 긴장을 풀려고 애쓰며 차례를 기다려. 이윽고 그의 이름이 호명되고 그는 후다닥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무얼 얻었겠어?

 

그의 뇌는, 그의 뇌 혈관은 완벽하게 멀쩡하지. 이상한 곳도, 조금이라도 좁아진 곳도 하나 없이 깨끗하지. 의사는 이제 걱정 없이 돌아갈 수 있겠냐고 가볍게 말하지. 여전히 무료한 표정으로 말이야. 그는 고맙다고 말하고 돌아서서 재빨리 병원을 나오지. 그는 다시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가며,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그는 밥을 먹고, 가족의 짧은 외출에 따라나서기까지 해. 그에게 뇌졸중의 전조 따위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거야. 쉽게도 불안감을 그러쥐는, 꼼짝없이 매혹되는 그의 유약한 정신이 또다시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친 것뿐이지

 

 

 

이제 그는 잠에 들어야 하고, 제때 배고픔을 느껴야 하며, 시간을 때울 때 열중하곤 하는 폰 게임의 하트가 차는 시간에 맞춰 게임을 해야 하지. 책을 읽고, 계획해둔 일에 착수해야 하지. 늘 그의 불안을 걱정하던 친구에게 괜찮다고 말해야 하지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괜찮지 않았거든

 

 

그는 당황하지. 이전의 경험대로라면, 그는 몸상태에 의심이 들 때 가장 위중한 병을 가정하고 병원을 전전한 뒤 마음의 안정을 찾곤 했지

 

문제는 그 마음의 안정이 그에게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원래도 깊이 잠기지 못하는 그의 수면은 두근대는 심장 탓에 밤새 너울거리고, 억지로 들이미는 음식은 모래알 같았으며, 5분도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지

 

 

그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어. 이미 말한 바 있듯이, 그의 머릿속에 잠시 숨어 있던 "다음 차례"의 전투가 그를 기다리고 있지. 그게 무엇일지 잠시 짐작해 보든지

 

 

 

 

 

그것은 그가 너무 많은 병원을 거쳐왔다는 사실이야. 전염병 창궐의 시대에, 다니던 병원도 그만두는 시국에, 그는 이미 병원 네 군데를 다녀왔고, 그 중 두 곳은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응급실이었지

 

 

 

그래서 시작된 거야. 그가 열을 재고, 가족들과 밥을 따로 먹는 시기가. 이번 그의 두려움은, 그가 전염병에 노출되는 게 아니었어. 자신은 전염병에 걸리든 말든, 걸려서 죽든 말든, 가족에게만은 옮기고 싶지 않다는 데 있었어. 그는 섬에서 나와 혼자 사는 집에 갈 수도 있었어. 물론 그땐 혼자 지내는 게 불가능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 옵션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말뚝처럼 단단하지

 

 

그는 사시나무처럼 몸이 떨려오지. 가족이 나 때문에 어떻게 된다면, 그는 스스로를 사형시킬 것이었어. 자살이 아니야. 사형이어야 하지.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하니 그만큼 기다려보아야 한다고 그의 이성이 간신히 말을 했어. 그때라도 그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겠지만,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았어. 혼자 되는 순간 그는 바로 쓰러질 것이었어. 쓰러지든 말든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먹을 수 없었어. 몹시 쇠약해진 그의 정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가늘게 가늘게 찢어지고 있었지

 

 

그는 일주일을 생각해. 일주일 동안 열이 나지 않고 목이 아프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그동안 화장실도 식사도 따로 하기로 결심하지. 그의 두려움은, 그의 목이 간질대고 있다는 데서부터 비롯되었으니 아예 근거가 없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그는 이전에도 자주 이런 일을 경험했지만, 그런 게 이 시점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건 잘 알 만하지. 그는 뜨거운 물을 수시로 마시고, 수시로 열을 재지. 가족이 그의 강박을 지적할 땐 씩 웃기만 하지. 그냥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냐고, 잔뜩 걱정시키고 있으면서 걱정을 덜 작정으로 말이야

 

 

 

 

그는 또다시, 빨리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지. 밥을 삼킬 수 없어 무자비하게 살이 내리고 있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지. 그는 어쨌든 언젠가는 끝날 그 날을 기다리며, 체온계와 알콜스왑을 손에 꼭 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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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angepu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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