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은 구체화시키지 않는 법이다.

 

지금 생각으론 'bad thing'들이 동시에, 연달아 일어나는 게 가장 나쁜 일이 될 것 같다.

 

무슨 일이든 대비나 준비라는 것이 그렇게 소용될까 싶다만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나쁜 것들이 닥쳐오는 그림은 최악이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생각은 하되, 글로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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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만화책을 보고 고길동이 이해되었을 때.

 

 

그 순간이 생생하다. 그때 생경하게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서른 살이었다. 

애장판으로 소유 중인 둘리 만화책을 오랜만에 펼쳐들었다. 대학원 여름방학 기간에 잠깐 나왔던 터라 한글 활자가 절실했는지 매일매일 책이나 만화책을 섭렵 중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아버렸다.

아, 고길동이 화를 냈던 이유가 있구나.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구나.

 

이 깨달음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내가 그 얼마전까지도 대체 고길동이 둘리에게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구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했을 때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착하고 희동이도 잘봐주는 둘리를 왜 그렇게 구박할까, 라고 말했었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고길동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만화책을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아니지, 그게 아니게 되었다. 둘리와 친구들은 말썽쟁이였고 일일히 나열할 수 없는 말썽을 저질렀다. 그리고 어렸던 시절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마음이 쓰였다. 바로 고길동이 둘리를 떠맡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 깨달음은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는데, 어렸을 땐 그들의 동거가 그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스르르 고길동을 이해해버렸고, 그때 비로소 내가 둘리만을 오로지 둘리만을 마음에 품을 수 없게 된 시절이 도래했음을 인정했다. "어떡하지"란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빤히 보이는 에피소드들 앞에서도 어쩜 그렇게 둘리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었는지, 그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어느 단계를 넘어왔음을 알았다. 

 

내겐 대단히 인상적인 순간이자 인생의 한 시기였다.

서른 살의 그 여름. 이르든 늦든, 고길동의 수난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던 그때 내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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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하고 좀 뻔뻔하고 자기 뜻대로 일이 돌아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자신만만하다.

내키면 귀염을 떨고 애교도 부리지만 내키지 않으면 아무리 달래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애정을 갈구하고 이를 숨기지 않기 때문에 도도해 보여도 그저 사랑스럽다.

자기가 귀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게 줄 마음의 영역이 아주 크다.

 

그래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그저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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