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es

go and get it 2023. 7. 14. 14:26

 

퍼레이드라고 할 만한 걸 본 적은 도쿄의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였다.

오전에 도착했고 꽤 따가운 날씨였음에도 그때부터 저녁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은 무리가 꽤 보였다. 일고여덟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스탠딩 콘서트의 출입순서가 티켓에 기록되기 전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나 역시 땡볕 아래에 줄을 만들어 앉아서 여덟아홉 시간은 우습게 기다렸던 적이 있으니, 퍼레이드에 그 정도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 그럴 법도 하다. 단지 놀이공원에 와서 다른 놀이기구는 모두 포기하고 퍼레이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눈에 띄었다는 정도. 생각해보면, 평생 회원권이나 1년 회원권을 끊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놀이기구 따로, 퍼레이드 따로 즐기는 것이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는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진행됐는데 낮 퍼레이드도 예뻤지만 화려한 불이 켜지는 밤 퍼레이드가 확실히 하이라이트이다. 색색깔로 빛나는 퍼레이드 행렬의 다채로운 행진은 멋진 광경이었다. 몇 겹의 사람들 뒤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볼 수 있었다. 

퍼레이드는 왠지 옛스러운 느낌이 드는 말이다. 아마 이렇게 놀이공원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퍼레이드를 접할 기회가 거의 사라진 시간을 살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퍼레이드를 그리워하지는 않지만 단어가 주는 다채로운 느낌이 퇴색되는 것을 보는 기분이 조금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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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채소를 맛깔나게 먹을 수 있다.

매우 다양하다.

데우지 않아도 된다.

맛있다.

무엇보다도 접시나 포크가 필요 없어 샌드위치를 포장해가지고 들어온 날엔 설거지를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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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나이트클럽으로 되돌아간다. 목걸이는 포기상태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갑이나 폰은 확인을 해봐야 한다. 물론 세 가지 종류의 물건 모두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클럽에 다시 들어간 나는 내 발자취를 더듬는다. 먼저 관계자에게 분실된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지 묻는다. 거기서 발견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내 동선을 쭉 훑어간다. 남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내가 앉았던 자리, 화장실, 플로어 모두 살펴본다. 내 것이 아니더라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띌 것 같다.

왠지 찾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낭패에 빠진다. 카드회사에 분실신고를 한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폰은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관계자에게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상기시키고 이후에 발견하게 되면 잘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뒤, 다시 클럽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가족의 폰을 빌려 내 폰으로 전화를 건다. 훔칠 요량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상대는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가족 폰을 손에 쥐고 또다시 클럽으로 향한다. 일이 잘 되면 폰을 곧 돌려받는다. 그것으로 이윽고 평화를 되찾은 밤을 맞이한다. 폰은 그렇게 찾아낸다.

다른 물건의 경우, 다음날 클럽에 들러 확인을 해볼 것이다. 들어와 있으면 찾아내고, 그게 아니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카드를 다시 발급받기 위해 은행에 간다. 운전면허증도 재발급이 필요하다. 현금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멤버십카드나 적립카드 따위도 일단은 관심밖이다. 목걸이는 어쩔 수가 없다. 분명히 마음에 들거나 오랫동안 착용한 목걸이겠지만 방법이 없다. 빨리 잊는 수밖엔. 물건들은 잊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혐오가 오랫동안 내게 머물 것이다. 나이트클럽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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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선택해야 했던 일 중 가장 힘겨웠을 것은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도무지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당쟁이니 정파 싸움이니 하는 것들과 함께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런 사람이었다. 어려운 싸움을 계속해왔던 그 사람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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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의 디즈니 전집을 비롯한 어린이 동화 전집들 출판

-비틀즈 데뷔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개봉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록음악잡지 <핫뮤직> 창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이자 어쩌면 가장 위대한 뮤지션인 비틀즈는 동시대 젊은이들은 물론 데뷔 후 60년에 이르도록 소위 "입덕"을 멈추지 않게 한다. 그들로부터 시작된 많은 음악 또는 음악의 장르와 완성도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곡들의 완결성은 물론, 그들의 아이돌로서의 빼어난 자질 또한 해체한지 50년이 넘는 밴드를 숭배하게 만드는 파괴적인 힘이다. 완벽한 음악성과 완벽한 대중성, 팬덤을 미치게 만드는 서사, 외모, 패션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대중음악인으로서 갖추지 못한 게 있을까. 혹자가 말하길 비틀즈가 저 유명한 클래식음악가들과 비견될 수 있는 이유는 훌륭한 곡을 100개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렇다. 나쁘지 않은, 괜찮은, 중간 이상의 곡들이 아니라 출중한 곡을 100개나 리스트업할 수 있는 뮤지션이 비틀즈다. 21세기에 들어선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앞으로도 이들을 숭배하게 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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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발명, 손재주의 신인 나는 모든 신기술을 관장한다.

일단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음성, 영상 통화가 가능한 칩을 신체에 이식하거나 무선이어폰류의 통신장치를 나누어주어서 홀로그램을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는 기능을 보여준다. 인간세상에 전언을 할 때도 이 칩이나 통신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신계와 인간계의 모든 장면을 엿볼 수 있는 태블릿pc도 마련되어 있다. 태블릿pc는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일 수 있어서 휴대할 때는 작게, 이용할 때는 크게 만들 수 있다. 태블릿의 기능은 올림포스 신들의 위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제우스가 가지는 태블릿이 다른 것들보다 좋은 성능을 자랑할 것이다. 나는 이런 신기술을 부릴 수 있되, 올림포스 신들에게 부여되는 기능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은 신의 능력이므로, 아직 인간에게는 소원한 일이다. 

써놓고 보니 헤파이스토스와 약간 겹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의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없지만, 내 능력이 출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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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쓸모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질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 기본적으로 관계맺음이나 친밀성, 애착 따위가 계획이란 단어와 엮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그대로의 예시가 하나 생각나는데, 바로 소설이자 영화인 <me before you>다.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책/영화는 주요 등장인물들, 즉 계획에 연관된 사람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친밀함을 형성하고 다정한 관계를 이루며 이윽고, 냉정하게 말하면, 쓸모없는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떠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의 사랑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 물론 루이자는 윌의 결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이다.

말해놓고 보니 많은 "사랑"이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일이 벌어지고, 그 감정은 감정 자체의 의미를 빼면 그렇게 "쓸모있지" 않다. 사람을 뒤흔들어놓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시시각각 기분을 변화시키고, 시간과 돈과 노력이 소요된다. 여러모로 소모가 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당사자들을 기쁘고 즐겁고 뿌듯하고 설레고 충만하게 만들거나/그렇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랑은 인류에게 대단한 가치로 여겨진다. 그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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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라인 t지하철 역에서 내린다. 계단을 오르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통과한다. 두리번거려서 3번 출구를 찾는다. 3번 출구로 나가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꽤 긴 편이므로 에스컬레이터를 추천한다. 손잡이를 꼭 잡고 에스컬레이터로 지상에 닿는다. 역 바깥으로 나온다. 20미터 전방에 횡단보도가 보인다. 횡단보도 앞까지 가서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리고 직선으로 걷는다. 쭉 걷는다. 300여미터를 걸으면 육교가 있다. 육교를 오른다. 육교를 건넌다. 육교를 내린다. 다시 직선으로 걷는다.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고개를 높이 쳐들고 휘둘러 보면 9XX동이 보인다. 안 보이면 보일 때까지 고개를 휘휘 내젓는다. 반드시 보일 테니까. 건물 입구에 다다르면 버튼이 보인다. 2XXX층을 누르고 호출버튼을 누른다.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제대로 약속이 된 상태라면 "응" 소리와 함께 공동 출입구가 자동으로 열릴 것이다. 들어온다. 조금 걸으면 엘리베이터가 눈에 띈다. 오름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거나 또는 올라오면 엘리베이터에 탄다. 2X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2X층에서 내린다. 내려서 왼쪽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릴 것이다. 반가워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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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조금 더 볼 것 같다.

 

지금 CHW가 LAA에 방문해 경기중인데 오타니 쇼헤이의 선발 등판 경기다. 이미 자기가 홈런도 하나 쳤다. 경기 중반이고 아직 LAA가 앞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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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에 대한 공포를 대표하는 게 죽음일 것이다.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지만, 반드시 고통을 동반하리라 예측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게 두렵다.

인지능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때 죽고 싶다.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까지 자신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고요하게, 가능하면 잠들면서, 가능하면 고통 없이. 남은 이들에게 그들이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면 좋겠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 주위에 머문 이들이라면 내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면 좋겠다는 바람도 포함된다.

사실 세상 사람 누구가 그렇지 않겠는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일 것이다. 그 큰 행운이 내게 주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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